22일 경북 성주군 주한미군 사드 기지에서 발사대가 하늘을 향한 가운데 공사 차량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국방부는 이날 사드 기지 정상 운영 막바지 준비를 한다고 발표했다. 성주/연합뉴스
국방부와 환경부가 경북 성주의 주한미군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기지에서 나오는 전자파가 인체에 무해하다는 결론을 발표하고, 6년 만의 ‘사드기지 정상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를 신호탄으로 여당과 보수 언론은 야당과 성주 주민들의 사드 반대 운동을 ‘괴담’으로 몰아붙이고 나섰다.
국방부와 환경부는 지난 21일 사드 기지 환경영향평가서에 대한 협의를 마치고, 사드 기지의 전자파 유해성은 최대값이 0.018870W/㎡로 인체보호기준(10W/㎡)의 2% 정도인 530분의 1에 불과하다고 결론을 내렸다. 군당국은 이를 근거로 2017년 4월26일 발사대 2기가 기습배치된 뒤 6년 넘게 임시배치 상태로 운영되어온 기지의 ‘정상화’에 속도를 내겠다고 밝혔다.
결과 발표가 나오자마자, 여당은 더불어민주당이 ‘사드 괴담'을 퍼뜨렸다며 공세에 나섰다. 강민국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지난 22일 “반과학적 사드 괴담으로 농민들 가슴에 대못을 박아놓은 민주당은 그동안 사과 한번이라도 한 적이 있었나”라며 “국민 먹거리 불안을 볼모로 한 후쿠시마 괴담 극복을 위한 시간은 또 얼마나 걸릴지 알 수 없다”고 주장했다. 사드 전자파와 임박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를 연결시켜, 오염수 방류 반대를 ‘괴담’으로 공격하려는 정치적 의도가 보인다.
그런데 사드 전자파도, 후쿠시마 오염수도 국민의 안전과 건강을 위해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당연하다. 더구나 이번 환경영향평가에 대해서는 적지 않은 의문이 남아 있다. 사드 레이더 탐지거리는 최대 2천㎞인데, 정부는 이 레이더의 전자파 수치가 휴대폰 기지국보다도 낮다고 발표했다. 2019년 미국 연방항공청(FAA)이 연방관보에 게재한 내용을 보면, 사드 레이더가 탐색·감지 모드에서는 전자파가 매우 짧은 시간 동안 방출되지만, 추적·측정 모드에서는 전자파가 계속 노출돼 인체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정부는 이번 수치가 어떤 모드에서 측정되었는지 등에 대해 군사기밀이라며 한사코 공개하지 않고 있다. 정부는 환경영향평가협의체에 참여한 ‘주민 대표’가 누구인지도 밝히지 않았다. 불투명한 게 너무 많다. 100여명이 사는 노곡리에서 지난 5~6년 사이 10여명의 암환자가 발생한 데 대한 역학조사도 진행되지 않았다.
정부가 일방적으로 수치를 발표하고 무조건 믿으라고 요구하면서, 주민들의 합리적 문제 제기마저 ‘괴담’으로 몰아가는 것은 무책임하다. 그것을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의 문제를 덮기 위한 정치적 도구로 이용하는 것은 더욱 용납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