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승규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이 2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룸에서 집회·시위 제도개선에 대한 국민참여토론 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대통령실이 집회·시위 제재 및 단속을 강화하는 쪽으로 ‘집회·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을 개정할 것을 정부에 권고했다. 추진 근거는 대통령실 누리집에서 3주 동안 벌인 ‘국민참여토론’ 투표 결과다. 헌법이 보장한 기본권을 침해하는 사안을 ‘인기투표’로 결정했다는 것이다.
대통령실은 26일 “행복추구권, 사생활 평온, 건강권 등 일반 국민의 헌법상 기본권 보장과 공공질서 유지를 고려했다”며 ‘국민불편 해소를 위한 집회·시위 제도 개선안’ 마련을 국무조정실과 경찰청에 지시했다. 대통령실은 구체적으로 △출퇴근 시간 대중교통 이용 방해 및 주요 도로 점거 △확성기 등의 소음 △심야·새벽 집회 △주거 지역·학교 인근 집회 등을 규제 대상으로 꼽았다. 벌칙 규정 보완도 지시했다. 대통령실은 이런 내용을 담은 “관계 법령 개정과 그에 따른 후속 조처로서 이행 방안 마련”을 권고했지만, 현재의 ‘여소야대’ 국회 지형을 고려할 때 법안 대신 시행령 개정으로 우회할 가능성이 높다.
대통령실의 이런 움직임은 비민주적이고, 반헌법적이고, 비과학적이다. 민주 사회의 근간은 언론·출판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인데, 윤석열 정부는 입으로는 ‘자유’를 외치면서 호시탐탐 이를 억제하려는 데 애를 쓰고 있다. 대통령실은 권고안에서 출퇴근·심야·새벽 등 집회 제한 시간대를 특정하고 있지만, 이는 헌법이 금지하는 사실상의 ‘집회 허가제’가 돼 위헌적 입법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여당은 지난 5월 민주노총 건설노조의 ‘광화문 1박2일 시위’를 계기로 집시법 개정 방침을 본격화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정치 파업과 불법 시위를 벌이는 사람들의 협박에 절대 굴복하지 않고 단호히 대응하겠다”고 했다. 말로는 ‘국민 불편’을 앞세우지만, 실제로는 ‘정부 비판 목소리’를 봉쇄하려는 조처다.
또 그 방식도 너무나 조악하다. 대통령실은 3주 동안 대통령실 누리집을 통해 진행한 국민참여토론 투표 결과를 근거로 내밀었다. 참여자 71%가 제재 강화에 찬성했다는 것이다. 지난번 한국방송(KBS) 수신료 분리징수 역시 같은 방식으로 추진했다. 국민참여토론 투표에 누가 참여했는지, 어떤 대표성이 있는지도 알 수 없고, 그때도 지금도 세몰이 의혹이 여전한데, 전혀 개의치 않는다. 국민들을 바보로 알거나, 우리 편만 바라보고 국정을 운영하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더욱이 국민 기본권 제한을 다수결에 부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전체주의 국가에서나 할 법한 행동들이다. 대통령실은 지금이라도 위헌적 발상을 멈춰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