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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대통령실

TV수신료도 집시법도 용산 뜻대로…‘세몰이’ 국민참여토론

등록 2023-07-26 18:52수정 2023-07-27 02:15

민주노총 조합원들과 인권단체 회원들이 지난달 20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들머리에서 서울광장 등 서울 도심에서 경찰당국이 집회신고를 금지 및 제한 조치로 연속적으로 불허하고 있다며 집회·시위 자유 보장을 요구하고 서울광장 사용 불허를 규탄하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민주노총 조합원들과 인권단체 회원들이 지난달 20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들머리에서 서울광장 등 서울 도심에서 경찰당국이 집회신고를 금지 및 제한 조치로 연속적으로 불허하고 있다며 집회·시위 자유 보장을 요구하고 서울광장 사용 불허를 규탄하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대통령실이 26일 집회·시위 요건의 제재를 강화하는 법령 개정에 나설 것을 관계 부처에 권고하면서, 그 근거로 지난 3일까지 3주간 대통령실 누리집을 통해 벌인 ‘국민참여토론’ 결과를 내세웠다. 대통령실은 국민참여토론을 통해 지난달엔 텔레비전(TV) 수신료 분리 징수를 추진했고, 이번엔 집회·시위 요건 제제에 나설 것을 공식화했다. 헌법상 기본권인 집회·시위, 언론·출판의 자유와 충돌하는 민감한 정책을 사회적 합의와 숙고 과정 없이, 온라인 투표를 내세워 고치려는 행태가 반복되면서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대통령실이 누리집에 올린 발제문에 누리꾼이 ‘추천’ 또는 ‘비추천’을 누르고 댓글을 쓰는 방식으로 진행하는 국민참여토론은 주제 선정부터 깜깜이로 진행되고, 발제문도 ‘답이 정해져 있는 듯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예컨대 이번 사안과 관련해 지난달 13일 대통령실이 올린 발제문의 제목은 ‘집회·시위 요건 및 제재 강화’로, 대통령실의 ‘의도’를 투명하게 드러냈다.

발제문에는 “최근 시민과 사회가 감내해야 하는 불편이 지나치게 커 적절한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된다”고 적혀 있다. “국민께서는 △집회·시위 시 발생하는 소음 단속기준 강화 △출퇴근 시간 도로나 대중교통을 점거하는 방식의 집회·시위 제한 △심야·새벽 시간 집회·시위 제한 △주거지역, 학교, 병원 인근 집회·시위 제한 △위법집회에 대한 과태료, 벌칙 등 제재 강화 등 공공질서와 사생활의 평온을 보장하기 위한 다양한 집회·시위 제도 개선방안을 제안해주셨다”는 설명도 있다. 이는 이날 대통령실이 ‘토론을 거친 뒤’ 밝힌 권고안과 토씨만 바뀐, 사실상 같은 내용이다. 대통령실은 이날 불법 집회·시위의 단속·처벌 강화 방안 검토도 권고했는데, 이 또한 발제문에 그대로 담겨있다.

중복 투표가 가능해 의도만 있다면 얼마든지 ‘세몰이’를 할 수 있다는 점, 투표 종료 뒤 권고안 내용을 심사하는 위원 명단이 비공개라는 점도 국민참여토론의 한계로 지적된다. 이 대목은 국민참여토론 시행 초기부터 문제가 됐지만 이번에도 고쳐지지 않았다. 참여한 국민들의 의견 개진이 공정하게 이뤄졌는지, 전문가들의 검토가 균형 있게 진행됐는지 확인할 수 없는 구조인 것이다. 이에 대통령실은 “본인인증을 거치고 있는 만큼, 투표 결과에 영향을 미칠만한 드루킹 같은 대규모 어뷰징은 불가능하다”(강승규 시민사회수석), “심사위원들의 자유로운 의견 개진으로 회의가 진행되기 때문에, 우리가 어떤 부분을 빼거나 넣거나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위 관계자) 라고 해명했다.

김서중 성공회대 교수(신문방송학)는 <한겨레>에 “(지금의 국민참여토론과 같은) 온라인 투표는 국민 여론을 정확히 대변할 수 없는 비통계적 방식”이라며 “대표성을 부여하기 어려운 온라인 투표 결과에 근거해 국민 기본권과 관련된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간단한 지지율 여론조사만 해도 정확도를 높이려고 검증된 기관을 통해 지역과 성별·세대별 구성비를 반영한 과학적인 표본을 추출·보정하고 설문 문항을 설계하는데, 국민 삶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정책을 추진하면서 ‘클릭 수’에 기반한 결과를 근거로 삼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이다.

한편, 대통령실은 이날 ‘자동차세 등 각종 행정상 자동차 배기량 기준 개선’을 주제로 4차 국민참여토론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김미나 기자 mi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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