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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반복되는 산재사망, ‘안전 뒷전’ 구조적 원인 규명해야

등록 2023-08-10 18:08수정 2023-08-11 02:40

9일 붕괴 사고가 발생해 2명이 매몰된 경기도 안성시 옥산동의 한 신축 공사장 모습. 매몰된 2명은 베트남 국적 남성으로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연합뉴스
9일 붕괴 사고가 발생해 2명이 매몰된 경기도 안성시 옥산동의 한 신축 공사장 모습. 매몰된 2명은 베트남 국적 남성으로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연합뉴스

경기도 성남의 에스피씨(SPC) 계열 샤니 제빵공장에서 끼임사고를 당해 치료를 받던 50대 노동자가 10일 회복되지 못한 채 숨졌다. 빵 반죽을 리프트 기계로 올려 다른 반죽 통에 쏟아 넣는 업무를 맡았던 고인은 지난 8일 반죽기계에 몸이 끼이는 사고를 당해 심정지 상태로 병원으로 옮겨졌었다. 전날인 9일에는 경기도 안성시 옥산동 9층 건물 신축 공사장(시공사 기성건설)에서 붕괴사고가 일어나 베트남 국적 노동자 2명이 목숨을 잃었다. 사고가 난 현장에서 함께 일해온 29살, 30살 연년생 형제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했다.

고용노동부는 두 사건에 대해 산업안전보건법 및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를 조사 중이다. 당국은 엄정하고 신속한 수사에 나서야 하는 동시에 반복해 산재 사고가 일어나는 구조적 원인에 대해서도 살펴야 한다.

에스피씨그룹에서는 기계에 끼여 숨지거나 다치는 산재 사고가 잇따랐다. 지난해 10월 평택 에스피엘(SPL) 제빵공장에서 20대 노동자가 끼임사고로 숨지면서 당시 허영인 그룹 회장이 대국민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을 했는데, 그 이후로도 끼임사고가 이어졌다. 이번에 숨진 50대 노동자가 일하던 샤니 제빵공장에서도 손가락이 절단되거나 골절되는 끼임사고가 이전에 두차례 더 있었다. 안전관리에 3년간 1천억원을 투자하겠다던 허 회장의 약속은 제대로 이행되고 있는지, 물량 주문이 많아지면 무리하게 직원들을 밤샘 근무 배치하던 고질적 관행은 개선이 되었는지 규명되어야 한다.

안성 붕괴사고도 지난해 10월 케이와이(KY)로지스 물류창고 신축 공사 등 데크플레이트 공법을 쓰는 공사장에서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유형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이번 사고는 9층 콘크리트 타설 작업이 이루어지던 중 데크플레이트가 무너지면서 8층에 있던 베트남 형제를 덮친 것으로 추정된다. 데크플레이트는 바닥재나 거푸집을 대신하는 철강 패널인데 동바리(지지대)를 거의 사용하지 않고도 콘크리트 하중을 견딜 수 있어, 비용 절감과 공기 단축이 가능한 공법이다. 무게중심이 한군데로 쏠리면 무너질 수 있어 숙련도가 높은 노동자가 배치되어야 하지만, 외국인 노동자들은 숙련도가 낮거나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베트남 형제와 같이 사고를 당한 뒤 구조된 4명의 노동자도 모두 중국 국적이다. 열악한 노동 현장에서 안전이 뒷전으로 밀려나 있는 것은 아닌지, 당국이 철저한 수사와 감독에 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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