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조합원 등이 지난 11일 서울 지하철 6호선 신당역 10번 출구 인근에 마련된 스토킹 살인사건 1주기 추모공간에서 묵념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9월14일 신당역에서 일하던 여성 노동자가 근무지에서 스토킹 가해자로부터 살해당한 사건이 벌어진 지 1년이 지났다. 직장 내 스토킹 범죄의 심각성을 일깨운 사건이었지만, 보호받지 못하고 희생당한 피해자들이 끊이지 않는다. 올해 7월 인천 남동구에서 옛 연인이 휘두른 흉기에 찔려 30대 여성이 살해당한 사건은 신당역 스토킹 살인을 빼닮았다. 스토킹을 경미한 범죄로 바라보는 안이한 사회적 인식과 사법부의 솜방망이 처벌이 여전한 가운데 벌어진 일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2021년 10월 스토킹처벌법 시행 이후 올해 8월까지 검거된 스토킹 피의자는 1만8362명에 이른다. 스토킹 범죄는 가해자와 피해자를 신속히 분리해 추가 범죄로 이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 때문에 경찰이 주거지 100m 이내 접근금지와 연락금지를 직권으로 명령할 수 있는 ‘긴급응급조치’와 법원이 서면경고부터 접근금지, 연락금지, 구금 결정까지 내릴 수 있는 ‘잠정조치’(1~4호)가 마련돼 있다. 문제는 이런 조처들이 피해자를 보호하는 데 역부족이라는 점이다. 잠정조치 2~4호 처분을 받은 피의자가 이를 위반한 건수는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7월까지 494건에 달했다. 신당역과 인천 사건은 모두 경찰 보호 조처가 종료된 뒤 벌어졌다. 가해자의 반복적 접근이 있었지만 이를 적극적으로 차단하지 못한 것이다.
법원의 솜방망이 처벌도 문제다. 한겨레가 신당역 사건 이후 이달 초까지 직장 내 스토킹 범죄에 대한 판결문 50건을 분석한 결과, 실형이 선고된 것은 2건에 그쳤다. 스토킹은 언제든지 강력범죄로 이어질 수 있고 이를 위해 강력한 제재가 필요한데 낮은 벌금형이 주로 선고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피해자들은 보복당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크지만, 법원은 여전히 ‘피해자에 대한 위해 우려’를 주요한 구속 사유로 보고 있지 않다.
직장 내 스토킹에 대응하려면 사용자의 적극적 조처도 중요하다. 경찰이나 법원의 가해자 분리 조처가 나오더라도 사용자가 이를 이행하는 데 협조하지 않으면 지켜지기 어렵다. 특히 가해자가 회사 내부망을 통해 피해자의 개인정보에 접근하는 것을 차단해야 한다. 신당역 사건에서도 직위해제를 당했던 가해자가 내부 인트라넷을 통해 피해자의 근무 일정을 파악했었다. 미국 일부 주가 시행하는 것처럼, 사용자가 직접 접근금지 명령을 법원에 신청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좀 더 적극적인 제도개선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