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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대통령이 콕 찍어 카카오·은행 맹공, 원흉 찾기 앞서 정책 실패부터 돌아보라

등록 2023-11-03 18:05수정 2023-11-06 17:06

윤석열 대통령이 1일 서울 마포구 한 카페에서 열린 제21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주부, 회사원, 소상공인 등 참석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1일 서울 마포구 한 카페에서 열린 제21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주부, 회사원, 소상공인 등 참석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패한 뒤 정부와 여당이 연일 ‘민생’을 앞세우는 행보에 나서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도 최근 들어 정부가 민생을 챙기려고 애쓰고 있음을 보여주려는 발언을 많이 하고 있다. 그런데 정부가 하는 일의 정당성과 시의적절함을 강조하려고 특정 기업이나 은행 등 업계를 비난할 때 마치 범죄자를 수사·기소하던 검사로 돌아간 듯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우려스럽다. 아직 조사·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 대통령이 결과를 단정지어 말하는 것은 관련 기관에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셈이 된다. 신중해야 한다.

윤 대통령은 지난 1일 연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한 택시기사가 택시호출 플랫폼인 카카오 택시의 “독점적 지위를 이용한 횡포가 너무 심하다”고 지적하자, 세세하게 짚으며 “아주 부도덕한 행태”라고 비판했다. 나아가 “정부가 반드시 제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재 카카오모빌리티는 다른 택시 호출 플랫폼에 대한 ‘콜 차단’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 조사를 받고 있다. 또 금융감독원은 카카오모빌리티가 매출을 부풀린 의혹이 있다고 최근 회계감리에 착수했다. 진상을 밝혀 불법이 있으면 합당한 처벌을 해야 마땅하다. 하지만 ‘행태의 부도덕’을 지적해놓고, 근거를 대지 않은 채 ‘불법에 따른 제재’를 거론하는 것은 성급하다.

윤 대통령의 거친 언사가 정부·여당이 마땅히 해야 할 조처를 외면한 데 따른 비판을 피하기 위한 것이라면 더욱 안타까운 일이다. 플랫폼 사업자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불공정한 행위를 하지 못하게 ‘플랫폼 공정화법’을 만들자는 요구는 문재인 정부 시절부터 이어져왔다. 그러나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은 ‘자율 규제’를 강조하며 사태를 방치해왔다. 그래 놓고 이제 와서 표변해 ‘제재’를 지시하니 고개를 갸웃거리지 않을 수 없다. 윤 대통령은 1일 회의에서 “은행들이 갑질을 많이 한다. 은행의 독과점 행태를 방치해서는 안 된다”고도 말했다. 정부가 할 일은 이런 비난이 아니라, 법령을 적용해 문제를 해소하는 것이다. 제도에 빈틈이 있으면 개선으로 답해야 한다.

정부의 민생 챙기기 행보가 민생을 괴롭히는 원흉 찾기로 흘러가는 것은 사태를 오판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식으로 정부가 무언가 하고 있다는 시늉은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경제주체 간 갈등만 부추겨서는 민생고 해결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 그보다는 민생의 어려움을 초래하고 가중시키고 있는 정부 정책의 실패부터 먼저 제대로 돌아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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