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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KBS 점령’ 속도전 펴는 박민 사장, ‘땡윤 방송’ 급한가

등록 2023-11-14 20:01수정 2023-11-15 02:43

박민 신임 한국방송(KBS) 사장이 14일 서울 한국방송 아트홀에서 열린 대국민 기자회견에서 질문하기 위해 손을 드는 취재진을 바라보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박민 신임 한국방송(KBS) 사장이 14일 서울 한국방송 아트홀에서 열린 대국민 기자회견에서 질문하기 위해 손을 드는 취재진을 바라보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한국방송(KBS)이 박민 사장 취임 첫날부터 여권이 ‘편파 방송’이라고 비판해온 시사프로그램을 편성에서 제외하는 등 방송 독립성과 제작 자율성을 침해하는 행태를 거침없이 드러내고 있다. 공식 인사가 나기도 전에 간부 내정자가 출연진 하차를 통보하는 일도 있었다고 한다. 어느 정도 예상됐던 일이기는 하나 정도가 심하다. 원칙도 절차도 저버린 점령군식 행태에 말문이 막힐 지경이다.

한국방송은 지난 13일, 월~목요일 방영되던 시사프로그램 ‘더 라이브’(KBS 2TV) 편성을 이번주 사흘간 삭제한다고 공지했다. 편성 삭제 결정은 제작진과 협의 없이 갑작스럽게 이뤄졌다고 한다. 예고도 없던 당일 결방에 ‘더 라이브’ 시청자 게시판에는 ‘무엇이 두려운가’ ‘더 라이브를 돌려달라’ 등의 제목이 달린 항의 글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라디오 시사프로그램 ‘주진우 라이브’를 진행하는 주진우씨도 갑작스레 하차 통보를 받았다. 이 프로그램의 경우, 라디오센터장 내정자로 거론된 간부가 인사 발령도 나기 전에 담당 피디에게 전화로 진행자 하차를 통보했다는 게 노조의 주장이다.

‘더 라이브’와 ‘주진우 라이브’는 국민의힘이 ‘편파 방송’이라고 공격해온 시사프로그램이다. 지난 7일 열린 박민 사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도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이 ‘주진우 라이브’를 거론하며 ‘일벌백계’를 요구한 바 있다. 이에 박 후보자는 “그렇게 조치하겠다”고 답변했다. 사장에 취임하자마자 여권의 주문을 충실히 따른 셈이다.

물론 사장이 바뀌면 프로그램 개편이나 출연진 교체가 이뤄질 수 있다. 그러나 그 과정은 합리적이고 투명해야 한다. 구성원들이 합의한 절차를 거쳐 순리대로 진행해야 한다. 한국방송에서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들은 이런 상식과 거리가 멀다. ‘취재 및 제작 책임자는 방송의 적합성 판단 및 수정과 관련하여 실무자와 성실하게 협의하고 설명해야 한다’는 한국방송의 편성규약은 전혀 안중에 없는 듯하다. 오죽하면 ‘군사 쿠데타 일어난 줄 알았다’는 말이 다 나오겠는가.

박 사장은 14일 대국민 기자회견을 열어 “그간의 불공정 편파 보도에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편파 보도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는 기자나 피디는 즉각 업무에서 배제하고 엄정하게 징계하겠다고도 했다. 이 모든 일의 종착점이 ‘땡윤 방송’이라는 걸 모를 국민은 많지 않다. 정치권력과 손잡고 공영방송을 유린한 무도한 행태는 반드시 심판을 받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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