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대 대법원장 후보자가 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조희대 대법원장 후보자가 5일 압수수색·구속 등 형사사법 절차에서 사법부의 검찰권 통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근래 들어 지나치게 광범위하거나 불필요한 압수수색, 구속 일변도 수사 등 검찰권 과잉과 사법부의 수동적 태도에 대한 비판이 확산되는 가운데 대법원장 후보자의 이 같은 인식은 주목할 만하다.
조 후보자는 이날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법관이 압수수색 영장을 심사할 때 관련자를 불러 대면 심문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압수수색 영장 사전심문제)의 필요성에 공감을 표시했다. 압수수색 영장 사전심문제는 지난 6월부터 대법원 형사소송규칙으로 시행될 예정이었으나, 검찰 등 수사기관의 반발로 추가 의견수렴 과정을 거치고 있다. 조 후보자는 “(대법원에서) 절차가 마쳐지는 대로 대법관회의에서 논의할 것”이라며 “국회에서도 입법 조치가 가능한지 함께 검토해달라”고 말했다. “(검찰의) 압수수색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익히 알고 있다”거나 “수사는 단기간에 일회적으로 끝나는 게 원칙”이라는 말도 했다.
조 후보자는 조건부 구속영장제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조건부 구속영장제는 법원이 구속·석방이라는 양자택일 대신 거주지를 제한하는 등 조건을 달아 석방하는 제3의 선택지를 두는 제도로, 역시 대법원 법원행정처가 추진하고 있는 방안이다. 조 후보자는 앞서 제출한 서면답변서에서도 “무죄로 추정되는 피고인이 (구속으로) 여론에 의해 유죄 판단을 받고 방어권이 중대하게 침해된 상태에서 재판을 받음으로써 실체 진실이 왜곡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는 문제의식에 공감한다”고 했다.
보수적이라고 평가받는 후임 대법원장 후보자도 인정할 만큼 압수수색·구속이 남발되는 수사 관행은 심각한 상태에 이르렀다. 압수수색 영장 청구가 해마다 수만건씩 늘어나고 그 발부율이 99.1%(일부 기각 포함)에 이른다. 법원은 ‘영장 자판기’라는 오명까지 쓰고 있다. 압수수색과 구속은 범죄 수사를 위해 필요한 최소한도에서 이뤄져야 하며, 특히 법원은 기본권 보호를 위해 수사기관을 통제해야 한다는 영장제도의 본질을 다시 새겨야 할 때다.
조 후보자는 사형제·국가보안법 폐지에는 반대 입장을 밝혔다. 변화한 시대와 국제 인권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인식이다. 조 후보자는 형사사법 절차에서와 마찬가지로 다양한 차원에서 시민들의 기본권을 지키는 최후 보루로서 사법부의 역할을 다할 것이라는 신뢰를 심어줘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