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폐기 의혹을 수사해온 검찰이 대화록이 국가기록원엔 없으나 노무현 전 대통령이 기록원에 반납한 봉하이지원에는 존재한다고 밝혔다. 참여정부에서 대화록을 애초부터 기록원에 넘기지 않았을 가능성이 커졌다. 최종적인 수사결과 발표는 아니나 그동안 미궁에 빠졌던 대화록의 행방에 대해 어느 정도 가닥이 잡힌 셈이다.
참여정부 인사들도 검찰 조사에 협조하겠다고 밝혔으니 앞으로 수사를 통해 대화록이 기록원에 넘어가지 않은 경위와 책임 문제 등 그간 논란이 돼온 사항에 대해 말끔하게 정리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돌이켜보면 애초 이번 사건의 본질은 대화록의 내용과, 이를 대선에 활용한 데 이어 무단 공개까지 한 새누리당과 국정원의 ‘불법 공작’ 여부였다. 지난해 10월 새누리당 정문헌 의원이 국회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영토 포기 발언을 했다”고 주장하고, 12월14일 김무성 의원이 부산 유세에서 대화록을 낭독한 데 이어, 지난 6월24일 국정원이 대화록 전문을 전격 공개한 것이 발단이었다. 남재준 국정원장은 당시 국회에서 “야당이 자꾸 공격하니까 국정원의 명예를 위해 공개했다”고 주장했다. 박근혜 대통령도 지난달 16일 여야 대표와의 3자회담에서 “박영선 민주당 의원이 (국정원과 청와대의 대화록 공개 시나리오 의혹을) 주장하자 남재준 원장이 의문 해소 차원에서 공개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최근 서기호 정의당 의원이 공개한 자료를 보면 이런 주장이 새빨간 거짓이었음이 드러난다. 검찰이 4월18일 국정원의 대선개입 사건을 수사할 특별수사팀을 꾸리자 바로 다음날 국정원은 국가기록원에 “대화록이 대통령기록물에 해당하는지” 유권해석을 의뢰했다. 5월8일 법제처에도 같은 취지의 유권해석을 의뢰했다. 법제처는 의견을 보류했고 기록원은 “대통령기록물로 취급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답변을 보냈음에도 국정원은 이를 무시하고 대화록 공개를 강행한 것이다. 그것도 여야가 국정원에 대한 국정조사에 의견을 모은 6월20일 오후를 택한 것을 보면 대선개입 사건을 물타기하려는 저의가 분명하게 드러난다.
지난 8월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 청문회에서 김무성·권영세씨에 대한 증인채택이 불발됨으로써 당시 새누리당 대선캠프와 국정원이 대화록을 대선에 이용했다는 의혹에 대한 국정조사는 이뤄지지 못했다. 그러나 새누리당 김무성·권영세·정문헌 등 전·현직 의원들과 남재준 원장을 대통령기록물법과 국정원법 위반 등 혐의로 민주당이 고발해놓은 사건은 검찰에 계류중이다. 검찰은 대화록 실종 사건과 함께 이에 대해서도 제대로 밝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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