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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대화록 수사에 다시 나타난 ‘정치검찰’ 그림자

등록 2013-10-03 18:52수정 2013-10-04 11:14

검찰이 2일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폐기 의혹에 대한 그간의 수사 결과를 공개한 뒤 정치공방이 다시 가열되고 있다. 새누리당은 “사초 폐기는 명백한 범법행위”라며 노무현 전 대통령과 참여정부 인사들을 겨냥했고, 민주당은 “최종본을 만든 뒤 초안을 삭제하는 건 당연”하다며 검찰의 발표 시점과 태도를 문제삼았다. 정치공방보다 실체와 진실을 밝히는 게 중요하다.

걱정스러운 것은 검찰의 태도다. 이진한 서울중앙지검 2차장과 김광수 공안2부장은 설명 과정에서 원본과 최종본 사이에 “의미있는 차이가 있다”느니 “삭제됐다면 더 큰 문제”라고 밝힘으로써 결과적으로 새누리당 정치공세의 빌미를 제공했다.

절차와 내용면에서 모두 문제가 있다. “(언론보도가) 오해나 이상한 방향으로 흐르지 않도록” 하기 위해 설명한다고 했지만, 가장 중요한 대목, 즉 대화록이 국가기록원에 넘어가지 않은 이유가 제대로 밝혀지지도 않은 상태에서 서둘러 공개에 나선 것부터가 이상하다. <경향신문> 보도대로 대화록 원본이 노 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삭제된 것인지, 국가기록원에 넘어가지 않은 것도 그의 의사에 의한 것인지를 밝히려면 참여정부 사람들에 대한 조사가 필수적이다. 그런데 출석 의사를 밝힌 참여정부 참모들에 대한 조사를 앞둔 시점에 검찰이 그간의 수사결과를 덜컥 공개하고 나섰으니 정치적 의도를 의심받는 게 당연하다.

검찰이 말하는 원본과 최종본 사이의 “의미있는 차이”가 무엇인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애초 이 사건 쟁점의 하나는 노 전 대통령의 ‘북방한계선(NLL) 포기 발언’ 여부였다. 국정원이 지난 6월 대화록을 일방적으로 공개한 뒤 발언이 ‘포기’에 해당하는지를 놓고 해석이 엇갈렸다. 물론 아니라는 여론이 더 우세했다. 그럼에도 참여정부 쪽 인사들은 대화록뿐 아니라 정상회담 전 준비회의 내용 등 관련 기록 일체를 확인해 발언 배경과 진의를 명확하게 정리하고 넘어가자는 주장을 폈다. 여야가 대화록 공동열람에 합의한 것도 이런 맥락이었다. 그런데 새누리당과 일부 보수언론이 대화록의 일부 표현을 꼬투리 잡아 본말을 뒤집으려는 터에, 검찰마저 전체 맥락은 도외시한 채 부화뇌동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매우 유감스럽다.

대화록이 국가기록원에 넘어가지 않은 경위를 밝히고 법적 책임을 묻는 것은 당연히 검찰의 역할이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이 다음 정부가 참고할 수 있도록 대화록을 국정원에 보관하도록 했다면 저간의 사정은 상식에 비춰 합리적으로 판단할 일이다. 노 전 대통령을 죽음으로 내몬 검찰이 다시 편파수사로 고인을 ‘부관참시’한다는 비난을 자초한다면 ‘정치검찰’이란 불명예를 넘어 씻을 수 없는 죄를 짓는 것임을 명심하기 바란다.

민주당과 참여정부 쪽 인사들도 “국가기록원에 대화록을 모두 넘겼다”는 애초 주장이 사실과 다른 것으로 나타난 이상, 중구난방 떠들 게 아니라 스스로 진상을 밝힐 정치적 책임이 있다. 그것이 고인뿐 아니라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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