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정치 개입 의혹을 받고 있는 국군사이버사령부를 변호하는 데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17일 열린 새누리당 최고회의에서 유기준·한기호 최고위원 등은 “군의 비밀조직과 조직원의 비공개 활동을 지켜주지 못한 것에 통탄” “군의 조직적 개입은 없었고, 있다면 개인의 잘못일 뿐” “민주당의 공세는 북한을 도와주는 것” 따위의 주장을 앞다투어 내놓았다.
참으로 황당한 주장이다. 우선 군의 불법행위 의혹에 국가 안보니 비밀 보호니 하는 논리를 갖다 붙이는 것부터 말이 되지 않는다. 사이버사령부는 아무리 나쁜 범죄행위를 저질러도 비밀조직이니까 털끝도 건드려서는 안 된다는 말인가. 이 조직이 안보는 뒷전으로 밀어놓고 정치 개입에 골몰했다면 그것이야말로 안보를 저해하는 행위다. 국가안보를 위해서도 댓글 의혹에 대한 명백한 진상규명과 관련자 처벌, 재발 방지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안보를 앞세워 군의 불법행위를 덮으려는 것이야말로 안보에 대한 위협이자 안보를 정치에 이용하는 행위다.
댓글 사건에 군의 조직적 개입이 없었다고 단정짓고 나선 것도 마찬가지다. 사이버사령부의 댓글 공작이 조직적 차원의 일이었는지, 몇몇 개인의 일탈행위였는지는 철저한 진상조사가 이뤄져야 알 수 있다. 조사를 벌이기도 전에 제멋대로 조직적 개입이 아니라고 단정짓는 것은 참으로 어이없다. 더욱이 최근 드러나는 정황은 국정원과 사이버사령부의 댓글 달기 작업이 거의 동시에 이뤄진 점 등 개인의 일탈행위로만 보기에는 석연치 않은 구석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새누리당이 고민해야 할 것은 군의 정치 개입 의혹을 덮는 일이 아니라 효과적인 진상규명 방안을 찾는 일이다. 군이 자체 조사에 착수했다고 하지만 제대로 된 조사 결과를 기대하기는 힘들다. 김관진 국방장관의 조사 지시에도 군의 합동조사가 미적거리고 있고, 그사이 문제의 댓글들이 삭제되고 있는 것만 봐도 그렇다. 자체조사가 이뤄져도 기껏해야 몇몇 사람의 개인적 잘못으로 결론지을 게 불을 보듯 뻔하다. 국회 국정조사든 특검이든 국민적 의혹을 말끔히 해소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 의혹을 남겨 놓은 채 가는 것은 박근혜 정부의 국정운영에도 큰 짐이 된다.
새누리당은 국정원의 대선 개입 의혹이 불거졌을 때도 발목 잡기, 물타기, 몽니 부리기 등 갖가지 추한 모습을 보이며 진상규명을 방해했다. 군의 대선 개입 의혹에 대해서 똑같은 모습을 보이는 것은 참으로 볼썽사납다. 군의 정치 개입을 근절하는 일에는 여야의 구분이 있을 수 없다. 새누리당의 맹성을 촉구한다.
군까지 정치에 개입했다니 [한겨레캐스트 #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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