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의 대선개입 사건 수사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의 선거개입 수사로 확대되는 시점에 검찰 수사팀장이 전격 교체되는 이해하기 힘든 일이 일어났다. 조영곤 서울중앙지검장은 17일 국정원 심리전단 직원들에 대한 체포 사실을 보고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윤석열 특별수사팀장에게 직무배제 명령을 내려 여주지청장으로 복귀시켰다. 윤 팀장은 이 사건 초기부터 수사를 주도해온 인물이란 점에서, 그에 대한 직무배제는 사실상 수사팀에 더 이상 적극적인 수사를 하지 말라는 지침을 내린 것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아직 원세훈 전 국정원장 등에 대한 재판이 진행중일 뿐 아니라, 에스엔에스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하는 시점에 팀장을 경질한 것은 명백한 수사방해이기도 하다. ‘채동욱 검찰총장 찍어내기’ 이후 정상회담 대화록 수사에서 섣부른 중간발표로 ‘정치검찰’ 행태를 보여온 검찰이 이제 대놓고 ‘권력의 시녀’를 자처하고 나선 꼴이나 마찬가지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은 17일 오전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 에스엔에스에서 선거 및 정치 관련 글들을 올리고 이를 퍼나르기(리트위트)한 혐의로 국정원 직원 3명을 체포해 조사한 뒤 밤에 풀어줬다. 법원이 체포영장을 발부한 것은 어느 정도 혐의를 인정했기 때문이다. 주목할 것은 이들이 트위터에 오른 글을 1초의 오차도 없이 자동으로 리트위트하는 프로그램을 이용했다는 점이다. 수백개 계정으로 퍼날라진 흔적을 검찰이 이미 발견했고, 실제 트위터에 오른 글의 규모는 수만에 이른다고 한다. 지금까지 알려진 인터넷 게시글이나 찬반 표시를 하는 수준과는 규모 면에서 차원이 다르다. 인터넷 댓글 공작보다 사안이 매우 심각하고 선거개입 정도 역시 훨씬 위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은 지난 6월 심리전단 직원들이 트위터에 올린 것으로 의심되는 글 320여개를 확인한 뒤, 전자우편 주소가 심리전단 직원들의 것인지 미국의 트위터 서버에서 확인하기 위해 미국 법무부에 사법공조를 요청해놓은 상태였다.
이런 중요한 시점에 수사팀장을 바꿔버린 것은 검찰 수뇌부가 청와대나 법무부의 압력을 받았다고 해석할 수밖에 없다. 설사 윤 팀장이 사전에 보고하지 않은 게 사실이라 하더라도 중요한 수사를 진행중인 상태에서 팀장을 경질까지 하는 건 검찰의 수사 상식에도 맞지 않는다.
체포해 수사한 국정원 직원들에 대한 처리와 관련해 서울중앙지검 이진한 2차장이 “일관성 유지” 운운하며 이미 기소유예 처리한 김하영씨 등의 전례에 따를 것임을 내비친 것도 매우 부적절하다. 기소유예했던 국정원 고위간부 2명에 대해 법원이 기소를 명령했을 뿐 아니라 새 혐의가 드러나고 있는 상황에서 벌써부터 선처 의사를 밝히면 과연 수사가 제대로 될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최근 군 사이버사령부와 보훈처의 선거개입과 경찰의 사건 축소·은폐 수사가 속속 드러난 데 이어 사회관계망서비스를 이용한 국정원의 대규모 불법 선거개입까지 확인될 경우 사실상의 ‘관권선거’ ‘공작선거’ 논란으로 비화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검찰이 조직의 역량을 총동원해도 시원찮을 판에 오히려 수사팀을 흔들어놓았으니 그 저의가 의심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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