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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검찰 내분’으로 본질을 호도하지 말라

등록 2013-10-22 19:03수정 2013-10-23 15:26

국가정보원 대선 개입 사건과 수사팀에 대한 외압의 본질을 가리기 위한 새누리당과 보수언론의 노력이 눈물겹다. 국회 국정감사에서 윤석열 여주지청장이 공개한 충격적인 증언 내용은 외면한 채 “항명” “하극상” “검찰의 싸움질” “조폭보다 못한 조직” 등 온갖 수사를 동원해 국민의 시선을 딴 데로 돌리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국정원 심리전단 직원들이 온갖 수단을 동원해 대선에 개입한 사실은 본 척도 하지 않는다.

이번 사태의 본질은 검찰의 파벌싸움도, 특수라인과 공안라인의 힘겨루기도 아니다. 조직 내의 계급질서 등 모든 면에서 힘의 저울추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한쪽으로 크게 기울어 있다. 검찰 수뇌부, 그리고 그 뒤에 버티고 있는 거대권력에 비하면 수사팀의 힘은 미미하기 짝이 없다. 자중지란이니 진흙탕 싸움이니 하는 말을 강조하는 것은 수사팀에 대한 외압의 실체를 가리려는 전형적인 물타기 작전이다.

검사라면 모름지기 범죄행위 앞에 분노하고 정의를 실현하려는 사명감을 느껴야 옳다. 윤석열 지청장은 국정원 직원들이 저지른 민주주의 파괴 행위를 법의 이름으로 심판하기 위한 분투의 실상을 국회 국정감사장에서 선명히 보여줬다. “저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습니다”라는 그의 말이 감동적 울림으로 국민에게 다가오는 이유다. 반면에 조영곤 서울중앙지검장은 “갑자기 보고서를 내놓길래 깊이 검토하자고 하고 돌려보낸 게 전부”라는 둥 온갖 변명을 늘어놓았으나 그 본질이 정권에 대한 눈치보기와 충성이었음은 누구나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야당 도와줄 일 있느냐”는 말을 했다는 대목에 대해 그는 변변히 설명도 하지 못했다. 이런 두 사람을 동일선상에 놓고 싸잡아 비판하는 것부터가 잘못이다.

새누리당이 검사동일체 원칙 등을 내세워 윤 지청장을 비판하는 것은 더욱 한심하다. 검사가 검찰 사무에 관하여 상사의 명령에 복종한다는 조항은 이미 2004년 1월 검찰청법 개정 때 검사의 직무상 독립성과 중립성 보장을 위해 삭제됐다. 위에서 명령하면 무조건 따르는 것이 새누리당의 체질인지는 몰라도 이번 사태에 검사동일체 원칙을 갖다 대는 것은 번지수가 틀려도 한참 틀렸다.

대검이 수사팀의 ‘보고 누락’ 문제 등에 대해 감찰을 지시하고 나선 것도 매우 우려스럽다. 형식상으로는 외압 의혹도 감찰 대상이라지만 윤 지청장을 수사팀 업무에서 배제한 것과 달리 조 지검장은 수사 지휘선상에 계속 놓아둔 것부터 이미 형평성을 크게 잃었다. 국정원 대선개입 수사 무력화의 또 다른 수단으로 감찰이라는 칼을 빼어 들었다면 후폭풍이 더욱 거세질 것임을 명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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