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대선 당시 국가정보원과 군 등의 불법행위가 잇따라 드러나는 가운데 정부 각 기관에서 진상을 덮으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이는 법에 따른 조사와 수사를 방해하는 차원을 넘어, 진상을 왜곡함으로써 사실상 직권남용 등 ‘2차 범죄’를 저지르는 매우 심각한 불법행위에 해당한다. 특히 국회 국정감사에서 드러난 명백한 사실까지 뒤집으려는 조짐은 우려할 만한 수준으로, 그 배후에 대한 법적 책임까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대표적인 것이 국정원 대선개입 수사를 둘러싼 대검찰청 차원의 감찰 착수다. 윤석열 전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장은 국감 증언을 통해 조영곤 서울중앙지검장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게시글 수사에 반대했고 ‘외압’이 있었다고 밝혔다. 또 “중대한 선거 범죄를 즉각 수사하지 못하게 하는 건 위법의 소지가 있다”는 말까지 했다. 조 지검장은 물론이고 ‘외압’을 행사한 주체가 있다면, 직권남용 등 범죄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 대검 감찰팀이 적반하장 격으로 문제의 본질인 ‘외압’은 도외시한 채 ‘보고 누락’ 운운하는 건 본질을 왜곡하는 것이다. 더구나 원세훈·김용판씨에 대해서도 전결권자인 윤 팀장 책임 아래 기소했는데 이제 와서 ‘보고 누락’ 운운하며 트집을 잡는 것 자체가 설득력이 떨어진다. 법무부가 미국에 사법공조를 요청하는 트위터 계정 숫자를 줄여 달라고 요구했다거나, 국정원 직원이 확인한 트위터 글 개수 등 수사기밀이 여당 의원에게 누출된 것도 불법의 소지가 다분하다. 당연히 진상을 밝혀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
남재준 국정원장의 행위 역시 명백한 수사방해에 해당한다. 검찰 특별수사팀이 국정원 직원 체포 즉시 통보했고 법원이 혐의를 인정해 영장까지 발부한 상태에서 조사받는 직원에게 “진술하면 처벌된다”며 대놓고 수사를 방해한 것은 심각한 권한남용이 아닐 수 없다. 국정원 직원 배치표 제공 등 기본적인 협조도 거부해놓고 ‘사전 통보 의무’ 운운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궤변이다. 윤 전 팀장 말마따나 직원 여부를 모르는데 어떻게 통보한단 말인가.
국방부가 진행중인 사이버사령부 대선개입 수사도 마찬가지다. 이미 드러난 4명 이외에 가담자가 속속 늘고 있는데도 4명에 대한 겉핥기 수사로 끝낼 조짐이 보인다. 상명하복의 군 특성상 직할부대의 모든 정보를 장악하고 있었을 김관진 국방장관이 과연 이들의 활동을 몰랐는지도 의문이다. 사이버사가 국정원은 물론 ‘십알단’과도 연계돼 활동한 의혹도 점점 짙어지고 있다.
지금까지 드러나는 상황은 군과 국정원, 경찰, 보훈처까지 지난 대선에서 은밀하게 여당 편을 들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도 진상 규명은커녕 은폐·축소·왜곡하는 데 정권 핵심부가 앞장서는 조짐이 농후하다. 심각한 2차 범죄를 저지르고 있는 것임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국정원 수사를 둘러싼 ‘배드가이’들 [한겨레캐스트 #1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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