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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대선 불복’이 아니라 ‘신관권선거’가 문제다

등록 2013-10-23 20:09수정 2013-10-24 10:30

새누리당이 국가정보원 등 국가기관의 대선 개입 사건에 대한 야당의 문제제기를 두고 대선 결과에 불복하는 것이냐며 역공을 펴고 나섰다.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는 23일 “민주당이 성급한 대선 불복성 발언으로 국론을 분열시키고 국정을 문란하게 하고 있다”며 관련 발언의 취소와 사과를 요구했다. 최경환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투표에 승복하지 않는 모습은 스스로 민주주의를 짓밟는 자기모순이며 국민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새누리당의 이런 태도는 대선 개입 사건에 대한 야권의 문제제기를 대선 불복 프레임에 가두어 그 예봉을 꺾으려는 시도다. 사안의 본질을 외면한 적반하장식 물타기가 아닐 수 없다.

지금껏 드러난 사건 양상은 지난 대선에서 유례없는 신관권선거가 자행된 것 아니냐는 의심을 갖기에 충분하다. 국정원과 국군 사이버사령부 등 선거에서 중립을 지켜야 할 정부기관들이 온라인상에서 댓글이나 트위터를 통해 조직적으로 선거에 개입한 정황이 다수 포착됐다. 이들은 서로 연계돼 글을 주고받은 것은 물론 새누리당의 불법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조직인 ‘십알단’과 공조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온라인상에서 국가기관들이 특정 정당과 후보를 위해 총력전을 펴다시피 한 것이다. 게다가 국가보훈처는 연수교육을 통해 조잡한 이념공세로 야당을 공격해댔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야당 일각에서 “국정원, 보훈처, 군의 총체적 부정선거”(박지원 의원) “선거 결과에 승복할 수 있는지 다시 생각해야 한다”(설훈 의원) “이것이 부정선거가 아니면 무엇이 부정선거냐”(정세균 의원)는 등의 거친 언사가 나오는 것이다. 이들 발언은 최근 속속 드러나고 있는 신관권선거 양상이 매우 심각해서 그냥 넘기기 어렵다는 취지로 보인다. 하지만 설사 야권에서 대선 불복이나 무효를 공식화하더라도 선거무효 소송의 시효가 이미 지나는 등 법적·정치적으로 실효를 거두기는 어렵다.

대선 불복 논란과 관련해서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대선을 다시 하자는 게 아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제도적·인적 청산과 국정원 개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비교적 잘 정리된 입장이다.

새누리당은 정치를 잘 알 만한 야당 중진들 입에서 이처럼 강경한 말이 나오게 된 곡절을 잘 살펴야 한다. 검찰 수사 등을 통해 잇따라 문제점들이 드러나는데도 잘못을 고치려 들지 않고 오히려 수사를 틀어막고 야당을 대선 불복으로 몰아붙이는 집권세력의 몰염치가 사태를 이 지경으로까지 몰고 왔다. 국민은 모든 것을 꿰뚫어 본다. 반성 없는 집권세력의 적반하장이야말로 국민을 무시하는 처사다.

국정원 수사를 둘러싼 ‘배드가이’들 [한겨레캐스트 #1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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