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27일 김진태 전 대검 차장을 검찰총장 후보자로 지명했다. 강골 특수통 검사 출신의 김 후보자에 대한 검찰 안팎의 평가는 그리 나쁘지 않다. 그러나 박 대통령을 비롯한 현 정권 핵심 인사들의 비뚤어진 검찰관에다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 천거설까지 있어 과연 소신대로 검찰을 이끌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국회 인사청문회 통과가 당장의 과제이지만, 이를 통과하더라도 그를 기다리고 있는 난제는 수두룩하다.
우선적인 과제는 국가정보원 대선 개입 사건 처리 문제다. 채동욱 총장 낙마 이후 검찰이 제대로 수사와 재판을 마무리할 수 있을지 국민적 우려가 커졌다. 국정원 요원들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이용한 선거운동 적발 이후 검찰이 윤석열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장을 ‘찍어내고’ 공안통을 새 팀장에 앉히는 등 파행 인사로 수사의 중립성을 의심받고 있다.
수사 지휘라인과 수사팀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가 시급한 상황이다. 조영곤 서울중앙지검장은 국정감사를 통해 드러났듯이 “야당 도와줄 일 있냐”며 수사에 반대한 인물이다. 수사 총괄책임자라는 이진한 2차장은 이 사건에 대해 “무죄를 확신”한다며 초기부터 수사의 혼선을 초래한 사람이다. 국감장에서 “기자들에게 문재인 후보가 당선되면 옷 벗겠다는 말을 하지 않았느냐”고 추궁받는가 하면, 정상회담 대화록 사건에서 “의미있는 차이” 운운하며 여당에 발맞춘 중간발표를 하는 등 정치적 편향성이 두드러진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지휘부 자체가 수사의 ‘암초’라는 비판을 받는 터에 수사팀장까지 바꿨으니 수사가 잘될 리 없다. 설사 의미있는 결과물을 내놓는다고 해도 국민들이 믿어줄 리 만무하다. 대검이 진행하고 있는 감찰도 윤 전 팀장이 폭로한 ‘외압’ 대신 ‘보고 누락’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니, 검찰 조직에 아무 도움도 되지 않는 그런 식의 감찰은 당장 바로잡아야 한다.
검찰 개혁도 김 후보자 앞에 놓인 중요한 과제다. 박 대통령이 후보 시절 상설특검과 특별감찰관제 도입을 약속했으나 흐지부지된 상태다. 검찰이 제대로 서기 위해선 스스로 권한을 내려놓는 결단이 필요하다. 지금처럼 세계에 유례없는 비대한 ‘공룡권한’을 끌어안고 있으면 반드시 부작용이 생길 수밖에 없다. 제도 특검을 고집하지 말고 기구 특검도 수용하겠다고 적극적인 자세로 나서야 한다. 검찰의 정치적 중립과 독립을 수호하기 위해 청와대나 법무부와의 관계에서도 분명한 선을 긋는 것이 모두를 아우르는 제1의 과제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이런 것들이 흐트러진 검찰 조직을 다잡고 추락한 국민적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들임을 김 후보자는 명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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