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단체들이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 ‘종북좌파 척결’ 등을 명분으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활용한 선전 활동을 벌였고, 정부가 여기에 예산을 지원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가정보원과 국군사이버사령부의 불법 대선개입이 밝혀진 데 이어 민간단체까지 조직적인 사이버 공세에 나선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한겨레>가 15개 보수단체의 ‘보조금 교부신청 및 실행계획서’ 등을 통해 확인한 결과는 충격적이다. 한국통일진흥원이란 단체는 “연말 대선에 즈음해 반미·종북 세력의 정권 탈취 전략 등 예상되는 도전 양상에 대응하는 애국 안보단체들의 에스엔에스 활용 능력 향상” 등을 활동목표로 내세웠다. 구체적으로 특정 사이트와 다음 아고라 토론방 등에 통일안보전문가 10명의 칼럼을 올리고 아르바이트생 3명을 고용해 “거짓 왜곡된 의식화 글에 대응”하는 활동을 벌이겠다며 3400만원의 정부보조금을 받아갔다. 이들이 주로 활동한 한 사이트에는 박근혜 후보를 지지하고 문재인·이정희 후보와 민주당을 비방하는 글들이 여럿 올라와 있다고 한다.
이들이 실제 어느 정도의 규모와 내용으로 ‘종북 척결’ 활동을 벌였는지는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없지만 국민의식을 계도하겠다는 발상과 시도 자체가 온라인 공간의 자율성을 심각하게 왜곡하는 것이다. 이런 데 국민의 혈세를 지원하는 건 예산 낭비가 아닐 수 없다.
이들은 시위·집회를 열거나 조중동 등 수구신문에 의견광고를 내는 비용도 세금으로 충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애국단체총협의회는 국가안보의식 고취 등을 위한 대중집회를 열고 대국민 홍보활동 등을 하겠다며 6500만원의 예산을 받아갔다. 국민생활안보협회는 친북·종북세력 척결방안 등에 대한 특강과 토론회를 여는 데 드는 비용 등에 7500만원의 세금을 썼다.
극우단체로 잘 알려진 국민행동본부는 지난해 조중동 등 보수신문에 신문광고를 내겠다는 등의 명목으로 3000만원을 타가는 등 여러 단체가 광고에 거액의 세금을 썼다. 극단적이고 자극적인 내용으로 가득 찬 광고를 실으면서 국민을 계도하겠다는 발상도 해괴하거니와 여기에 세금까지 지원하는 게 올바른 예산집행인지 의문이다. 정부는 이들에 대한 예산지원의 적절성과 형평성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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