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이 대선 당시 정치적 댓글 활동을 펼쳐 선거개입 혐의로 기소된 국가정보원 직원 김하영씨의 변호사 비용 3300만원을 자체 예산에서 지원한 사실이 밝혀졌다. 국정원 직원들의 대선 개입이 “개인의 일탈 행위”라는 남재준 국정원장의 주장이 얼마나 터무니없는 거짓말인지를 보여주는 명백한 증거다. 국정원은 선거개입부터 뒷수습까지 시종일관 조직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국정원이 변호사 수임료를 입금하면서 ‘7452부대’라는 위장 명칭을 사용한 것을 보면 뒤가 구리긴 몹시 구렸던 모양이다. 그런데도 변호사 비용 대납이라는 무리수를 둔 이유는 자명하다. 우선 조직이 시켜서 한 일이 들통나 직원이 사법처리되는데도 나 몰라라 하는 것은 도리가 아니라고 판단한 듯하다. 조직의 버림을 받은 직원의 입에서 어떤 폭탄 발언이 나올지에 대한 두려움도 있었을 것이다. 국정원의 변호사 비용 대납은 사안의 본질상 피할 수 없는 결과인 셈이다.
국정원 쪽이 “변호사 비용을 예산으로 우선 지원한 뒤 직원 모금으로 채워넣었다”고 말하는 것도 구차한 변명에 불과하다. 실제로 모금 활동이 있었는지도 불분명하지만 설사 모금이 이뤄졌다고 해도 부적절한 예산 사용을 은폐하기 위한 수습책에 불과하다. 모금 활동 역시 국정원 윗선이 움직여서 반강제적으로 이뤄졌을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변호사 비용이 국정원 예산에서 나왔든 모금 활동으로 충당됐든 국정원이 조직적으로 움직인 결과라는 점에서는 매한가지다.
다시 남재준 원장에게 묻는다. ‘개인 일탈 행위’와 ‘변호사 비용 대납’의 관계를 한번 납득할 수 있게 설명해보라. 아무리 머리를 짜내도 그럴듯한 설명이 나오지 않을 것이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식의 거짓말을 계속해서는 더욱 깊은 자가당착의 늪에 빠져들 수밖에 없다. 다시 말하지만 국정원 개혁의 첫 단추는 대선 당시의 정치개입 행위가 조직적 차원의 불법행위였음을 솔직히 시인하는 데서 출발한다. 자신의 억지 주장을 접을 생각이 없다면 남 원장은 그 자리에서 물러나는 것이 마땅하다. 그것이 국정원과 나라를 위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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