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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희대의 ‘청부수사’, 대통령 ‘충견’으로 나선 검찰

등록 2013-11-08 19:10수정 2013-11-11 10:34

검찰이 8일 전국공무원노동조합(공무원노조)에 대한 수사에 나서 경기 고양시에 있는 누리집(홈페이지) 서버를 압수수색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달 31일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공무원 단체나 공무원이 정치적 중립을 위반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밝힌 지 딱 8일 만이다. 검찰이 이렇게 대놓고 정권의 주문에 따라 칼을 마구 휘둘러도 되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번 수사는 타당성은커녕 최소한의 형평성도 잃은 명백한 ‘청부 수사’다.

박 대통령은 국가정보원 등의 대선개입 사건에 대한 끊임없는 사과 요구에 마지못해 “철저한 조사와 사법부의 판단이 나오는 대로 필요한 조처”를 하겠다고 해놓고는 돌연 ‘공무원 단체의 정치 중립’ 문제를 꺼냈다. 그 뒤부터 여당과 정부, 보수언론이 한통속이 돼 전교조와 공무원노조를 비난하며 지난 대선 때 문재인 후보와 공무원노조가 정책협약을 맺은 것도 ‘불법 선거’였다고 몰아붙였다. 지난달 23일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이 “(공직자 중) 박근혜 지지자들 댓글만 있었느냐”고 언급한 때부터 청와대가 이런 대응 시나리오를 치밀하게 준비한 것으로 보인다.

검찰을 앞세운 이번 조처의 의도는 물을 필요도 없다. 국정원 심리전단은 물론 국군사이버사령부와 국가보훈처 등까지 조직적인 불법 선거운동을 벌였다는 사실이 잇따라 드러나자 공무원노조와 전교조 등도 마찬가지의 불법을 저지른 것처럼 만들어 물타기하겠다는 것이다. 국정원의 대선개입 진상이 드러나는 것을 막기 위해 정상회담 대화록을 공개하고 ‘채동욱·윤석열 찍어내기’를 하더니 드디어 ‘물타기’ 카드까지 들고나온 셈이다.

그러나 이는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짓이다. 공무원노조의 협약은 이미 선관위로부터 문제없다는 판단을 받았다. 또 박근혜 후보 역시 지난해 10월 공무원노조 총회에서 심재철 당 최고위원이 대독한 축사를 통해 “공무원 지위 향상과 근무여건 개선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국가기관인 정보기관이 별도의 대규모 조직을 만들어 몰래 “문재인 대북관은 간첩 수준” 등 노골적인 비난글로 불법을 저지른 행위는 이것과 차원이 다른 얘기다. 공무원노조에 대해 공소시효가 지난 선거법 대신 공무원의 단체행동 금지 위반죄 적용을 검토한다는 것도 말이 안 된다. 심각한 불법댓글을 단 국정원 심리전단 직원들은 하나도 처벌하지 않으면서 대통령 말 한마디에 따라 공무원노조 처벌 운운할 때인가. 그야말로 적반하장이 아닐 수 없다. 검찰이 과연 이처럼 완벽하게 ‘물라면 무는’ 정권의 충견 노릇에 발 벗고 나선 적이 있었는지 궁금하다. 이런 검찰 조직은 공익의 대표자는커녕 법치와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흉기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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