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 개혁안을 마련하기 위한 국회 국정원 개혁특위 구성안이 5일 국회를 통과함으로써 국정원 개혁의 닻이 올랐다. 개혁특위는 국회 정보위원회 상설화, 국회의 국정원 예산 통제권 강화, 국정원의 부당한 정치관여 통제 등과 관련된 사항들을 올해 안에 입법 처리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국정원 개혁 방안을 둘러싼 여야 간의 입장 차이가 너무 커서 특위의 앞날은 순탄치 않아 보인다.
정치권이 국정원 개혁을 이루려면 일단 개혁을 향한 최소한의 의지는 공유해야 한다. 국정원이 개혁에 조직적으로 반발하고 있는 상황 등을 고려하면 개혁 의지 공유 필요성은 더욱 절실해진다. 하지만 새누리당 지도부의 태도를 보면 개혁에 대한 열정은 고사하고 개혁특위를 아예 ‘개혁저지특위’로 여기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든다. “정치관여를 막는다는 미명 아래 수족을 끊어 대공전선의 혼란이나 약화를 초래해서는 안 된다”(황우여 대표) “국가 안보가 저해되거나 대공수사가 축소되는 방향으로 가서는 안 된다”(최경환 원내대표)는 등 어떻게 하면 개혁의 수위를 낮출까에만 골몰하고 있는 모습이다.
국정원 개혁의 요체는 국정원의 정치개입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21세기 정보환경에 걸맞은 선진 정보기관으로 거듭나게 하는 일이다. 이를 위해서는 국정원 궤도 이탈의 근본 원인인 국내 정보수집 기능을 폐지하고 대공수사권을 검경으로 이관하는 것 등은 필수적이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이런 과제는 고사하고 이미 여야 간에 합의된 내용마저 무력화할 태세다. 정부기관 출입을 통한 부당한 정보활동 통제에 대해서는 “국내 파트를 해체하겠다는 뜻”이라고 반발하고 있고, 국회의 국정원 예산 통제권 강화, 사이버심리전 활동 규제 등에 대해서도 “지금도 모든 것을 국회에서 다 통제를 받고 있다”느니 “대북 심리전 기능까지 무력화할 우려가 있다”는 식의 엉뚱한 논리를 펴고 있다.
새누리당이 검토하고 있는 특위 위원들도 국정원 개혁과는 거리가 먼 인물들이 대다수다. 그동안 국정원의 대선개입 사건에 대해 국정원을 옹호하고 변명하기 바빴던 사람들, 국정원 출신으로 국정원의 조직 이익 보호에 앞장선 의원 등이 이름에 오르내린다. 이래서는 개혁특위는 파열음만 내다 제대로 된 개혁안을 마련하지 못하고 막을 내릴 가능성이 크다. 그것이 새누리당이 내심 원하고 있는 것이라면 참으로 통탄할 일이다.
국정원 개혁은 여야를 떠나 정치권이 해결해야 할 시대적 과제다. 결코 정파적 이해관계에 매몰될 사안이 아니다. 새누리당은 자신들이 영원히 여당일 수 없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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