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과 시민사회가 참여한 ‘국가기관의 선거개입 진상규명과 민주헌정질서 회복을 위한 각계 연석회의’(연석회의)가 22일 기자회견을 열어 특별검사법안을 공동발의하기로 했다. 국정원뿐 아니라 국군사이버사령부와 국가보훈처 등 정부기관의 선거개입과 청와대·법무부 등의 축소·은폐 및 수사방해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내용을 특검이 수사하도록 한다는 내용이다.
공동발의라는 형식으로 야당과 시민사회가 힘을 모으긴 했으나 실현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지난 3일 국회를 정상화하면서 민주당이 특검은 관철해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공동발의 이후 이를 실현할 의지나 묘안을 갖고 있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오히려 현실은 국정원개혁특위조차 여야 이견이 커 제대로 될지 불투명하다.
여야 합의 뒤 민주당 한쪽에선 특검이 안 돼도 국정원 개혁만 제대로 해놓으면 되는 게 아니냐는 의견도 있는 모양이다. 그러나 이는 일의 선후가 뒤바뀐 것일 뿐 아니라, 특검을 통한 진상규명 없이는 특위도 제대로 동력을 얻기 힘들다는 걸 알아야 한다.
우선 선거·정치 개입의 실상이 철저히 규명되지 않으면 국정원 사건은 “개인적 일탈”일 뿐이고 “대북 심리전은 여전히 필요”하다는 국정원의 태도 변화를 기대하기 힘들다.
현재 법정에선 2200만건은커녕 121만건의 트위터 글에 대한 공소유지도 난항을 겪고 있다. 이를 제대로 규명하려면 현 검찰로는 한계가 있다. 사이버사 활동 역시 국방부가 “정치엔 개입했으나 선거개입은 아니”라며 대놓고 ‘꼬리 자르기’를 시도하고 있는 상황이다. 사이버사에 대한 수사는 특검 형태가 아니면 재수사가 불가능해 이대로라면 진상이 영원히 묻힐 가능성도 크다. 군의 선거개입을 뿌리뽑지 못하면 다음 선거에서 재발하지 말란 법이 없다. ‘사이버 쿠데타’를 대충 덮고 넘어가면 악의 씨앗을 키우는 위험천만한 일이다. 절대 이대로 끝내선 안 된다. 여기에 보훈처, 행정안전부, 통일부 등의 대선개입 의혹과 여권 및 정부기관 연계 의혹, 수사에 대한 외압과 은폐·축소 의혹 등 2차 범죄에 대해서는 아예 수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국정원 사건 재판마저 빙산의 일각만 드러낸 채 끝나버릴 수 있다는 점에서 특검 도입 필요성은 더욱 절실해졌다. 국정원개혁특위가 지지부진하고, 사이버사 사건도 국방부가 대놓고 꼬리자르기식 수사를 하고 있는데도 민주당은 진상을 파헤치겠다는 절박함이 부족해 보인다. 특검법안 공동발의 이후에도 그런 식이면 민주당은 지지층으로부터도 외면당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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