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순천·곡성에서 이정현 새누리당 후보가 거둔 승리는 압도적이다. 서갑원 새정치민주연합 후보를 1만1204표 차로 눌렀다. 곡성 출신인 이 후보는 순천 출신인 서 후보를 순천에서도 3523표 앞섰다. 지역 연고에 연연하지 않고 이 후보를 확실하게 밀어준 것이다.
광주·전남권에서 새누리당 계열 후보가 당선한 것은 소선거구제가 도입된 1988년 13대 선거 이래 처음이다. 그만큼 역사적 의미가 크다. 그간 호남의 야권에 대한 압도적 지지를 지역주의로 싸잡아 매도하긴 어렵다. ‘호남의 저항적 지역주의와 영남의 패권적 지역주의’는 구별돼야 마땅하다. 하지만 호남의 이런 선택이 결과적으로 ‘지역정당 구조’의 한 축을 떠받쳐온 것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호남의 편중 투표가 영남 몰표의 한 원인으로 작용한 것도 사실이다. 호남의 지역주의에 맞서야 한다며 ‘우리가 남이가’라는 구호가 암암리에 널리 유포돼왔다. 6·4 지방선거에서 대구의 김부겸, 부산의 오거돈 후보가 나름대로 선전했지만 당선에 이르지 못한 데엔 이런 요소들이 크게 작용했다.
지역주의는 정쟁을 유발하고 정치 불신을 조장하며 한국 정치의 발전을 가로막아왔다. 조금씩 옅어지고 있다지만 지역주의의 맹위는 여전하다. 지난 지방선거에서도 영남권은 새누리당이, 호남권은 새정치연합이 광역단체장을 싹쓸이했다.
이번에 순천·곡성 유권자가 이정현 후보에게 압승을 안긴 것을 계기로 영남에서도 여기에 응답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늘어나길 바란다. 호남에서 지역주의 파열구가 뚫린 것으론 부족하다. 영남에서도 맞장구를 쳐줘야 의미가 있다. 이런 방식으로 양쪽이 호응하면 수십년 동안 쌓인 지역주의의 높은 벽도 시나브로 허물어질 것이다.
이정현 후보는 어려운 조건 속에서도 과감하게 도전했다. 진정성을 담아 끈덕지게 다가서면 새누리당도 호남 진출이 가능하다는 걸 몸으로 보여줬다. 호남에서도, 영남에서도 지역주의를 무너뜨리려는 정치인들의 시도가 이어져야 한다. 그리고 이들에 대한 유권자의 성원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