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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박 대통령의 막무가내 ‘선거운동’

등록 2016-04-08 21:24

박근혜 대통령이 아예 선거운동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미국 워싱턴 핵안보정상회의 참석과 멕시코 순방을 다녀온 박 대통령은 귀국하자마자 곧바로 8일 충북 청주와 전북 전주를 전격 방문했다. 명목은 지난번 대구와 부산 방문 때와 마찬가지로 창조경제혁신센터 방문이지만, 시기나 방문 지역의 선거 상황 등을 볼 때 총선용 바람몰이라는 게 누가 봐도 분명하다. 총선을 불과 닷새 앞둔 시점에 눈치나 체면 따위는 벗어던지고 노골적인 선거운동에 뛰어든 것이다.

박 대통령이 방문한 청주와 전주는 모두 이번 총선에서 예측불허의 접전이 벌어지고 있는 곳이다. ‘충북 정치 1번지’로 불리는 청주는 최근 여론조사에서 새누리당이 한 곳만 우세하고 세 곳이 오차범위 안에서 혼전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나왔다. 박 대통령이 청주에 이어 방문한 전북창조경제혁신센터는 전주 완산을 선거구 안에 있는데, 이곳에서는 새누리당의 정운천 후보가 여당 후보로는 드물게 당선을 넘보고 있다. 박 대통령이 지난달 ‘총선 행보’라는 눈총을 받으면서도 방문을 강행했던 대구나 부산 지역 역시 성격은 비슷했다. ‘진박 후보’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거나 여당 후보들이 열세에 놓인 지역이었다. 박 대통령이 이런 곳만 골라서 창조센터에 가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대통령이 지역을 방문해 ‘경제’를 강조하면 아무래도 여당 후보한테 유리한 영향을 끼치게 돼 있다.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한 중앙정부의 지원이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감 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말이 좋아 대통령의 ‘경제 행보’이지 실제 내용은 선거운동이다. 게다가 최근 새누리당은 이대로 선거가 치러지면 과반 달성이 어려울 수도 있다며 읍소 작전을 펼치고 있다. 박 대통령이 선거를 코앞에 두고 또다시 접전지역을 방문한 것은 새누리당의 이런 위기의식과 밀접히 연관된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으로서는 자신의 영향력을 최대한 발휘해 판세를 새누리당에 유리하게 이끌어보겠다고 작심하고 덤벼든 것이다.

박 대통령이 청주와 전주를 방문하면서 ‘빨간색’ 상의를 입은 것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새누리당의 상징색이 바로 빨간색이다. 새누리당 지지를 호소하기 위해 옷 색깔 선택에까지 세심한 배려를 한 흔적이 역력하다.

박 대통령의 이런 행보는 명백한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반이자 노골적인 선거 개입이다. 지금 시점에서 창조경제혁신센터를 굳이 방문해야 할 이유도 없거니와, 만약 있다고 해도 선거 뒤에 하는 것이 상식이다. 오이밭에서 신발 끈을 묶지 말고 배나무 아래에서는 갓끈을 고쳐 매지 말라는 말도 있는데 박 대통령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박 대통령을 두고 많은 사람이 ‘선거의 여왕’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현직 대통령이 선거판에 직접 뛰어들면서까지 그런 칭호를 받는 것은 참으로 부끄러운 일임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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