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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다시 도진 ‘북풍 공작’을 우려한다

등록 2016-04-11 02:02수정 2016-04-12 09:08

통일부가 총선 5일 전에 ‘집단 탈북’ 사건을 전격 공개한 배경에 청와대의 지시가 있었다고 한다. 입국 뒤 한 달 가까이 합동심문 과정을 거치고 신변은 공개하지 않는 관행을 깨고 입국 하루 만에 서둘러 발표한 것은 총선에 영향을 주려는 의도가 아니면 설명이 되지 않는다. 여론의 비난을 무릅쓴 박근혜 대통령의 선거 접전지 방문 사실과 나란히 놓고 보면 ‘총선용 북풍 공작’ 냄새가 짙다.

통일부는 관례와 달리 입국 사실을 전격 공개한 데 대해 “대북 제재 국면에서 집단 탈북이 이뤄졌다는 상황 자체가 이례적이기 때문”이라며 총선과의 관련성을 부인했다. 그러나 그런 해명을 뒷받침할 근거는 제대로 제시하지 못했다.

이번 발표는 여러 측면에서 심각한 문제를 낳고 있다. 무엇보다 그동안 입만 열면 ‘북한 인권’을 강조해온 청와대와 정부가 정작 탈북자와 그 가족들의 인권은 사실상 내팽개친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탈북자들의 신원이 드러나면 북한의 가족들이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점 때문에 그동안엔 공개에 신중했다. 그러나 이번엔 충분한 조사가 이뤄지기도 전에 이들이 일했던 식당 이름까지 언론에 알려지게 했다. “외교 마찰을 우려하고 탈북자들의 신변 보호”를 위해 탈북 장소와 경위 등을 공개하지 않겠다던 통일부 설명과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

“대북 제재 이후 해외의 북한 식당들이 타격을 받고 있다”는 통일부 대변인의 설명은 이번 공개의 의도를 잘 드러내 준다. “북한 당국으로부터 외화 상납 요구 등 압박이 계속돼 상당한 부담감을 느끼고 있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한마디로 정부의 대북 독자제재가 효과를 내고 있음을 알리겠다는 취지일 것이다. 그러나 정부의 북한식당 이용 자제 방침이 지난달 8일 시작된 것을 고려하면 한 달도 안 돼 효과가 나타났다고 보는 것은 무리다.

역대 선거를 앞둔 북풍 공작들이 그랬듯이 이번 발표도 택일 시점에 비춰 보건대 안보에 민감한 중장년층 유권자들의 표심에 영향을 끼쳐 보겠다는 저의가 읽힌다. ‘진박’ 논란으로 여당의 영남권 아성이 흔들리고 수도권에서도 지지율이 떨어지는 등 이상 조짐이 보이자 청와대와 국정원 등에서 선거용 ‘북풍’을 기획했을 법하다.

이번 발표가 효과를 나타낼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정부기관의 선거개입은 명백한 불법이다. 1997년 대선을 앞두고 북한에 총질을 요청한 ‘총풍’ 관련자들과 권영해 안기부장 등 ‘북풍’ 관련자들은 선거 뒤 형사처벌을 받았다. 2월 국정원 차장급 물갈이 인사 직후부터 우려됐던 국정원의 선거개입이 실제로 나타나고 있다면 보통 심각한 일이 아니다. 댓글 사건의 후유증이 가시기도 전에 다시 ‘선거개입’의 불장난을 감행했다면 그냥 넘길 수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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