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가 반잠수식 선박에 옮겨져 해수면 위로 완전히 올라왔다. 선체 내 배수 작업이 끝나는 대로 이르면 28일께 목포신항으로 향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데 세월호가 옮겨지기도 전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세월호 선체를 함부로 다루는 듯한 기류가 감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걱정스러운 것은 세월호를 반잠수식 선박에 옮기는 과정에서 선체 일부가 잘려 나간 점이다. 해양수산부는 세월호가 수면 위로 올라오던 도중 반잠수식 선박에 거치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선미 램프(화물이 드나드는 통로에 달린 문)를 절단했다. 검찰 수사에서 세월호 사고의 원인으로 램프를 언급하지 않았기 때문에 문제될 게 없다지만, 이미 대법원에서 수사 결과를 뒤집은 것이 많은 이상 검찰 수사만 믿을 일은 아니다. 해수부는 인양 과정에서 램프뿐만 아니라 왼쪽 스태빌라이저와 앵커(닻)도 잘라냈는데, 이것들도 침몰 원인을 규명하는 데 유력 증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의 소지가 있다. 침몰 원인이 여전히 오리무중인 상황에서 선체의 작은 부분도 소홀히 다루어서는 안 된다.
해수부가 세월호 본체 자체를 절단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도 우려를 키운다. 해수부는 미수습자 수색에 필요하다는 이유로 선체의 객실 부분을 통째로 떼어낸 뒤 바로 세울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그러나 미수습자가 객실에만 있을 것이라고 보는 것도 합리적이지 않을뿐더러 객실을 떼어낼 경우 갑판에 실린 화물의 무게를 계산할 수 없게 된다는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세월호 침몰 원인으로 지목된 ‘과적에 따른 복원력 상실’ 부분을 규명할 수 없게 될 수도 있는 것이다.
해수부는 어떤 경우에도 세월호 가족들의 뜻을 최우선으로 삼아야 한다. 가족들은 진실 규명을 위해 선체의 추가 손상을 막아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미수습자를 찾아내는 작업은 그것대로 최선을 다하되, 세월호 침몰 원인을 영구히 실종시킬 수도 있는 선체 훼손은 피해야 한다. 혹시라도 선체 훼손이 증거 유실로 이어진다면 그 책임은 해수부로 돌아가게 된다. 세월호는 올라왔지만 바다밑에는 아직도 수색의 손길을 기다리는 것이 많다. 세월호를 온전하게 옮기는 데 만전을 기함과 동시에 침몰 해역의 미수습자 수습과 증거품·유류품 수거에도 온힘을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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