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사설

[한겨레 사설] 평창 너머 ‘평화의 길’ 여는 올림픽 되길

등록 2018-02-08 19:06수정 2018-02-09 09:35

평창 겨울올림픽에 참가한 북한 선수단이 8일 강릉 선수촌에서 열린 입촌식에서 올림픽 공식 마스코트인 수호랑, 자원봉사자들과 손을 잡고 함께 춤을 추고 있다.
평창 겨울올림픽에 참가한 북한 선수단이 8일 강릉 선수촌에서 열린 입촌식에서 올림픽 공식 마스코트인 수호랑, 자원봉사자들과 손을 잡고 함께 춤을 추고 있다.
평창 겨울올림픽이 9일 드디어 막을 올린다. 지난달 초 북한의 참가가 전격 결정된 뒤, 남북 회담이 열리고, 남북 단일팀 구성과 공동입장이 결정되고,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에 이어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 참석이 발표되기까지 한달여 동안 숨 쉴 틈 없는 파격이 이어졌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일을 ‘평창의 힘’으로 끌어온 것이다. 이제 ‘평창’은 여느 올림픽과는 그 의미가 확연히 다르다.

‘스포츠와 정치는 분리해야 한다’지만, 지금 평창에서 벌어지는 일은 단순히 ‘정치’의 문제가 아니다. 좁게는 동북아시아, 넓게는 지구촌 전체의 안전과 평화가 평창 올림픽과 직결돼 있다. 너무나 쉽게 한반도에서의 ‘군사옵션’ ‘선제타격’ 등의 말이 터져나오는 터라, 평창 겨울올림픽이 남북관계 개선과 한반도 긴장 해소의 발판이 되는 건 국제사회의 공통된 바람일 것이다. 그렇게 한발짝 ‘평화’로 나아가는 것이 본래의 올림픽 정신과도 부합한다.

김여정 부부장과 김영남 위원장의 10일 청와대 방문에서 한반도 평화를 위한 남북의 솔직하고 진지한 논의를 기대한다. 그 결과에 따라서 다음엔 우리가 답방 형식으로 북한에 특사를 파견하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 될 수 있다. 그렇게 신뢰를 쌓으며, ‘평창’을 통해 마련된 남북관계 개선의 불씨를 지펴 나가야 한다.

북한대표단 방남, ‘북-미 대화’ 단초 열어야

아쉽고 불안한 것은 미국의 태도다. 평창 올림픽을 위해 방한한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북한 쪽과 만나지 않겠다”고 하는 등 지금의 분위기와 동떨어진 말만 반복하고 있다. 북한이 김여정까지 파견하는 것을 보면,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도 상황 변화를 강하게 바라는 것으로 볼 수 있다. 8일 열린 건군절 열병식에 애초 초청했던 외신기자들을 물리고 예년처럼 실황중계를 하지 않은 점에서도 북한 나름의 성의 있는 행동을 엿볼 수 있다. 이런 기회를 외면해 한반도가 다시 첨예한 긴장 속으로 빠져든다면, 미국은 그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 평창 올림픽이 북-미 대화의 물꼬를 트는 첫걸음이 되길 바란다. 문재인 정부는 ‘남북 외교’뿐 아니라, 북-미 대화를 위한 ‘중재 외교’에서까지 성과를 내야 할 것이다.

일부 보수층은 북한의 올림픽 참가 자체를 ‘체제선전 공세’라고 매도한다. 그러나 우리 국민이 북한의 ‘체제선전’에 넋이 팔려 무방비 태세가 될까 우려하는 건 기우에 불과하다. 지난 6일 북한 예술단을 태운 만경봉호가 도착할 때 묵호항에 나가 인공기와 한반도기, 김정은 위원장 사진을 불태우며 소동을 벌인 일부 보수단체들의 추태에 참다못한 강원도민들이 기자회견을 통해 “평창 평화올림픽을 방해하는 세력은 청정 강원도를 당장 떠나라”고 호소했을 정도다. 자유한국당 등이 평창 올림픽 동안 ‘평양 올림픽’ 공세를 계속 이어나가는 건 아무런 명분이 없다.

세계가 축하하는 행사, ‘갈등 조장’은 그만

북한 예술단이 숙소가 여의치 않아 만경봉호로 방남하자, 보수 언론은 5·24조치 위반이라 트집을 잡았다. 또 북한 쪽이 물과 연료 제공을 요구하자 ‘유엔 제재 위반’이라 비난했고, 북한 대표단에 최휘 국가체육지도위원회 위원장이 포함되자 ‘여행금지 대상’이라며 유엔 제재를 허물어뜨리려는 의도라 공격했다. 그러나 정작 유엔 안보리는 최휘 위원장의 방남 발표 뒤 24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적절한 고려에 따라” 예외를 적용했다면서 그의 남한 방문을 승인했다. 국제사회는 이렇게 남북이 하나되는 평창 올림픽을 축하하고 잘되기를 바라는데, 정작 우리 내부에서 사소한 시빗거리를 끝없이 조장하는 세력이 있다는 건 부끄럽고 민망한 일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8일 북한 선수단의 올림픽 참가를 두고 “한반도 화해와 평화에 대한 희망을 제시했다”고 평가했다. 평창에서 불어오는 ‘평화’의 기운이 한반도, 나아가 국제사회 전체로, 올림픽 너머까지 이어지길 전세계인과 함께 간절히 기원한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검찰권으로 정치보복 ‘미국의 윤석열’은 어떻게 됐을까 1.

검찰권으로 정치보복 ‘미국의 윤석열’은 어떻게 됐을까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2.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중증외상센터’를 보며 씁쓸해한 이유 [뉴스룸에서] 3.

‘중증외상센터’를 보며 씁쓸해한 이유 [뉴스룸에서]

윤석열을 믿어봤다 [한겨레 프리즘] 4.

윤석열을 믿어봤다 [한겨레 프리즘]

몰아서 일하기와 노동시간 유연화에 대한 환상 [아침햇발] 5.

몰아서 일하기와 노동시간 유연화에 대한 환상 [아침햇발]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