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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한겨레 사설] 폭력·자해…, 극단의 정치적 의사표시 안 된다

등록 2018-05-15 16:55수정 2018-05-15 19:03

14일 제주시에서 열린 제주도지사 후보 토론회에서 원희룡 후보가 무대로 난입한 김아무씨에게 폭행당하고 있다.
14일 제주시에서 열린 제주도지사 후보 토론회에서 원희룡 후보가 무대로 난입한 김아무씨에게 폭행당하고 있다.
원희룡 제주지사 예비후보가 14일 제주 제2공항 건설을 반대하는 주민으로부터 폭행을 당했다. 지난 5일엔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판문점 선언 비준에 반대한다는 이유로 시민에게 폭행을 당했다.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인을 표적으로 한 극단적 의사표출 행위가 이어지는 건 매우 우려할 만한 일이다.

제2공항 예정지인 성산읍 주민 김아무개(50)씨는 지사 예비후보 5명의 토론회가 끝날 무렵 단상으로 뛰어올라 원 후보에게 달걀을 던지고 주먹으로 얼굴 등을 때렸다. 김씨는 주변에서 제지하자 흉기로 자해까지 했다. 김씨의 행동은 성산읍에 500만㎡ 규모의 제2공항을 건설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해온 원 후보에 대한 불만 표출로 보인다. 김씨는 제2공항 반대 대책위원회 부위원장을 맡아 지난해 10월부터 42일 동안 단식을 벌이면서 제주지사인 원 후보와 갈등을 빚었다고 한다. 그러나 그의 행동은 정당화될 수 없다. 후보 토론회장에서 특정 후보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건 일종의 ‘정치테러’다.

정치적 의사 표현은 자유롭게 보장해야 한다. 그러나 특정 정치인을 혐오나 증오의 표적으로 삼는 폭력행위는 절대 안 된다. 폭행과 자해라는 극단적 방식으로 자신의 정치적 의사를 드러내고 문제를 해결하려는 최근 일련의 사건은 명백히 잘못된 것이다. 국회에서 단식 농성을 하던 김성태 원내대표를 폭행한 김아무개(31)씨는 경찰 조사에서,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를 목표로 했으나 홍 대표의 소재가 파악 안 돼 김 원내대표를 때렸다고 밝혀 충격을 줬다. 이뿐 아니다. 각 정당 지방선거 후보 경선 과정에서 낙마한 일부 후보들이 당 지도부를 찾아가 실력을 행사하고, 자해소동을 벌이는 일도 적지 않았다.

6·13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12곳 재보궐선거가 함께 치러지면서 앞으로 전국 곳곳에서 토론회와 유세가 열린다. 폭행·자해 등 극단의 정치적 의사표시가 더는 확산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우리는 2006년 지방선거 당시 ‘박근혜 커터칼 테러’ 같은 극단적 상황을 목도했다. 그 충격파가 얼마나 컸는지 익히 알고 있다. 의사표현 주체가 의도한 메시지는 가려지고, 오직 혐오와 증오를 부추길 뿐이다. 되레 여론을 왜곡하는 걸림돌로 작동할 수 있다. 원희룡 후보는 김씨의 건강을 걱정하며 처벌을 원치 않는다고 밝혔다. 증오를 부추기지 않고 화해로 해결할 길을 열었다는 점에서 평가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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