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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명백한 동의 없으면 성폭력”이 상식 되어야

등록 2018-08-15 18:32수정 2018-08-15 20:25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무죄’ 선고를 둘러싼 논란이 크다. 여성계를 중심으로 ‘미투에 찬물을 끼얹은 퇴행적 판결’이라는 반발이 거센 반면, 일부에서는 현행법상 처벌 근거가 없다고 주장한다. ‘위력’과 ‘위력행사’를 기계적으로 구분한 이번 판결의 문제와 별개로, 이른바 ‘비동의 간음죄’에 대한 적극적 검토는 필요하다.

이번 판결의 핵심은 ‘피고인과 피해자가 위력관계지만 위력행사는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확고한 거절이나 저항이 있었다고 볼 수 없다는 게 판단의 근거다. 위계 자체만으로 그 힘이 작동하는 현실, 그래서 더욱 폭로하기도 벗어나기도 힘든 현실이 권력형 성폭력의 본질임에 비춰볼 때, 지나치게 형식논리적인 법 적용이다. 재판부가 협박이나 위력행사가 없더라도 처벌하려면 ‘노 민스 노’(No Means No) ‘예스 민스 예스’(Yes Means Yes) 룰 같은 법체계가 필요하다고 언급한 것을 두고, 사건의 본질을 흐리고 현행법에 책임을 떠넘긴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다만 차제에 이런 기준이 사회적인 상식으로 자리잡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 상대방의 거부 의사가 있거나 명백한 동의가 없는 성관계를 강간으로 간주한다는 이 기준은 스웨덴이나 독일 등에선 이미 법제화됐다. 우리 법무·검찰 개혁위도 ‘피해자의 거부 의사’를 강간죄 처벌 기준으로 삼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고, 국회엔 관련 법안이 발의되어 있다.

물론 어디까지를 거부나 동의로 볼 것이냐 등 더 많은 논의가 필요한 쟁점들이 있다. 개인들의 사적관계를 법이 이 정도까지 규정할 문제냐고 묻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부부 강간죄’도 사회가 변하며 범죄로 처벌받게 됐다. 여성의 ‘안 돼요’를 ‘돼요’로 간주하는 인식, 여성이 성관계 의사를 밝히는 걸 억압해온 구조가 바뀌어야 한다. ‘싫다면 싫은 거다’ ‘명백한 동의가 없으면 성폭력’이라는 기준은 이제 상식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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