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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미투가 필요 없는 세상” 향한 서 검사의 소송 제기

등록 2018-11-06 18:14수정 2018-11-06 19:03

올해 우리 사회를 뒤흔든 #미투의 도화선이 됐던 서지현 수원지검 성남지청 부부장검사가 안태근 전 검사장과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내고 6일 기자회견을 열었다. 아마도 쉽지 않은 자리였을 것이다. 그동안 서 검사에겐 응원과 지지만큼이나 검찰 내부를 중심으로 ‘의도’를 의심하는 시선이 쏟아졌다. 진행중인 형사소송에선 안 전 검사장의 유죄 판결이 어렵다는 예측이 많다. 서 검사의 소송과 회견이 피해자의 당연한 권리행사일 뿐 아니라 더이상 ‘2차 가해’가 없는 사회를 향한 싸움과 호소로 읽히는 이유다.

올해 1월29일 검찰 내부망에 안 전 검사장의 성추행과 이로 인한 인사 불이익 의혹 등을 폭로한 서 검사의 글은 성범죄에 침묵한 최고 엘리트 집단의 민낯을 드러내며 ‘권력형 성폭력’ 문제를 전면적으로 공론화했다. “‘당신의 잘못이 아니다’라는 말을 하고 싶었다”는 그의 방송 인터뷰는 수많은 #미투와 #위드유로 이어졌다. 하지만 정작 자신은 아직도 검사 업무에 복귀하지 못하고 있다. 서 검사는 페이스북 등에서 업무능력, 인간관계, 평소 행실, 외모 등에 대해 제기되는 수많은 얘기와 ‘정치하려는 거다, 유명해져 좋겠다’ 같은 비아냥을 견뎌야 했음을 털어놨다.

비단 서 검사만의 문제가 아니다. #미투 이후에도 우리 사회에는 ‘피해자다움’을 강요하고, 가해자에게 묻기보다 피해자에게 유죄를 입증해보라는 식의 요구가 여전하다. 민사소송을 내면 돈이 목적이라거나 ‘꽃뱀’이란 말까지 듣기도 한다. 이런 남성 중심의 조직문화와 사회인식이 바뀌지 않는 한 여성들은 사회적·경제적 처지와 관계없이 ‘침묵하는’ 피해자가 될 수밖에 없다. 최근 한국여성변호사회가 변호사·의사·교수 등 전문직 여성 1천여명을 대상으로 벌인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몸매 평가와 음담패설에 노출되는 일은 다반사였고 ‘고의적인 신체 접촉’ 등을 경험한 경우도 절반에 이르렀다. 하지만 피해를 당한 뒤 ‘적극적으로 불쾌하다는 표시를 했다’는 비율은 8.3%에 불과했다.

기억하기도 고통스러운 피해를 밝힌 성폭력 피해자들이 진정 바라는 것은 서 검사의 말마따나 “미투가 계속되는 세상이 아니라 미투가 필요 없어지는 세상”일 것이다. 이를 위해선 피해자들이 2차 피해 없이 당당히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게 우선이다. 서 검사의 소송이 그 계기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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