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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체육계 성폭력 다룰 독립심의기구 시급하다

등록 2019-01-14 05:00수정 2019-01-14 20:19

지난 10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체육계 및 시민단체 회원들이 조재범 코치 성폭력 사건 의혹 관련 진상규명 및 체육계 성폭력 문제 재발방지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지난 10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체육계 및 시민단체 회원들이 조재범 코치 성폭력 사건 의혹 관련 진상규명 및 체육계 성폭력 문제 재발방지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빙상계에 이어 유도계에서도 지도자에 의한 제자 성폭행 사건이 폭로됐다. <한겨레>는 14일 20대 전직 유도선수가 실명으로 밝힌 성폭행 피해 주장을 보도했다. 보도 내용을 보면, 가해자는 상습적인 구타와 선수 생명 중단 암시 등으로 위력에 의한 성폭행을 반복했다. 여러모로 조재범 전 쇼트트랙 코치의 행태와 닮았다.

피해자 신유용씨는 심석희 선수의 고발을 보고 용기를 내게 됐고, 후배 선수들이 더 나은 환경에서 운동할 수 있기를 바라 자신의 실명까지 공개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피해자의 용기 있는 행동에도 불구하고, 사건 수사는 지지부진한다고 한다. 이 사건을 알고 있는 여성 코치 등이 ‘유도계의 친분’을 거론하며 증언을 거절하고 있기 때문이다. 위계와 연줄로 얽힌 체육계의 고질적인 문제가 이 사건에서도 그대로 되풀이되고 있는 셈이다.

체육계의 성폭력 근절 다짐이 ‘공염불’에 그치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봐야 한다. 체육계는 2007년 여자프로농구 박아무개 감독의 강간 미수 사건을 계기로 ‘성폭력 지도자 영구제명’ 원칙을 명시하는 등 여러차례 성폭력 근절 대책을 내놨다. 하지만 <한겨레>의 이날 보도를 보면, 대한체육회 스포츠인권센터에 신고된 폭력·성폭력 사건 가운데 영구제명은 9.7%에 그쳤고, 많은 가해자가 버젓이 체육계 곳곳에서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문제의 원인으로 연줄과 온정주의를 지목하고 있다. 그런데도 신고와 조사 절차는 이런 카르텔의 성채를 오히려 방조하고 있다. 스포츠인권센터는 신고를 받고 상담이나 교육을 할 뿐 조사 권한이 없어, 1차 조사를 대부분 가해자가 소속된 경기단체에서 하고 있다고 한다. 조사도 처벌도 제대로 이뤄질 리 없다. 사후관리도 엉망이어서 경징계가 끝나기 전에 업계로 복귀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한다. 고양이에게 생선 맡긴 꼴이다.

체육계 안팎에서 꾸준히 도입을 요구해온 ‘독립심의기구’는 체육계 성폭력 문제를 구조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유력한 방안 가운데 하나로 꼽을 수 있다. 기구 설립을 더는 미룰 이유가 없다. 독립심의기구는 위상뿐 아니라 조사 및 징계 권한에서도 체육계로부터 철저히 독립적이어야 한다. 관리감독기관에 대해서도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미국체조협회에 관리 소홀 책임을 물어 피해자들에게 거액의 보상금을 물리는 바람에 협회가 파산한 2016년 미국의 래리 나사르 사건을 우리도 참조할 만하다.

체육계 성폭력은 다른 분야에 비해 성폭력의 본질적인 속성이 더 직설적으로 드러난다. 우리 사회가 성폭력으로부터 보다 안전한 사회로 나아가려면 체육계 성폭력 근절은 필수적이다. 심석희 선수와 신유용씨의 용기 있는 행동이 부디 우리 사회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오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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