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부당한 하도급 거래를 비롯한 갖가지 ‘갑질’로 공정거래위원회의 과징금 처분을 받은 대림산업의 이해욱 회장. <한겨레> 자료 사진
국내 건설업계 3위인 대림산업이 3년 동안 700개 남짓의 하도급 업체에 대금을 제때 주지 않거나 지연이자를 떼어먹는 따위의 갖가지 ‘갑질’을 일삼은 사실이 드러나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7억원 넘는 과징금 처분을 받았다. 갑질의 저급함과 다양함에 혀를 내두를 지경이다. 더욱이 대림산업이 정부의 ‘동반성장 지수’ 평가에서 ‘최우수’ 업체로 선정돼 있다는 대목에 이르면 허탈함을 감출 수 없다.
대림산업의 갑질은 지난해 4월 도입된 공정위의 ‘다수 신고가 제기된 사업자에 대한 사건처리 효율화·신속화’ 방안에 따른 직권조사로 들통났다. 조사 기간인 2015년 4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무려 2897건의 하도급 거래에서 하도급법 등 법규를 어겼다. 이 기간 대림산업의 전체 하도급 거래 3만~4만건의 7~10% 수준이며, 피해 중소업체 수는 759곳, 피해 액수는 약 15억원에 이른다.
불법의 행태도 다양해 하도급 대금, 선급금, 지연이자, 어음대체결제 수수료 미지급, 설계변경에 따른 하도급 대금 증액 미반영, 계약서 미발급·지연발급 따위가 총망라돼 있다. 백화점식으로 온갖 불법·부당 행위를 다 저질렀다는 얘기다. 이런 정도의 전방위 불법을 일삼고도 그냥 넘어갈 수 있다고 생각했는지, 그 무신경과 강심장이 놀랍다. 대림산업은 지난해 3월에도 공정위로부터 추가 공사에 대한 하도급 서면계약서 미발급, 부당특약 설정 같은 법 위반으로 과징금 900만원을 부과받았고, 각종 불공정 하도급 행위 탓에 2017, 2018년 2년 연속 국회 국정감사 도마에 올라 질타를 받은 적도 있다.
대림산업의 불법 행위는 공정위와 동반성장위원회의 동반성장 지수 평가를 웃음거리로 만들었다는 점에서도 개탄스럽다. 지난 6월 발표된 2018년 동반성장 지수 평가에서 조사 대상 189개 중 31개 업체가 최우수 평가를 받았으며 여기에 대림산업도 들어 있었다. 최우수 업체에는 공정위 직권조사 2년 면제를 비롯한 각종 혜택을 주게 돼 있다는 점에서 헛웃음이 나온다. 계약 공정성, 법 위반 예방 및 법 준수 노력, 상생협력 지원 등을 평가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동반성장을 촉진한다는 제도의 취지가 무색하다. 하도급 원청업체의 갑질에 대한 감시 활동을 더 세밀하게 벌이고 동반성장 지수 평가 작업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함을 보여주는 사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