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지난 1월 청와대에서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총선 불출마 선언을 계기로 여권 내에서 인적 쇄신을 둘러싼 논의가 분분하다. 임종석 전 실장이 불출마의 변으로 ‘개인적 결단’을 내세운 만큼 당장 세대교체나 중진 용퇴론으로 이어지진 않을 것이란 관측이 많긴 하다. 하지만 그가 현 정부의 핵심 실세였고, 진보 진영 ‘86세대’를 대표하는 차세대 주자급 정치인이었다는 점에서 그 파장은 만만치 않다. 더불어민주당은 의미를 축소하는 데 애쓸 게 아니라 이번 일을 총선을 앞둔 엄중한 ‘자성과 쇄신’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임 전 실장 불출마를 두고는 확대해석할 필요도 없지만 그렇다고 의미를 평가절하할 일도 아니다. 여권 내에선 18일 “청와대 출신 출마자들에 대한 경고성 메시지”라는 말이 나오는가 하면, ‘86세대 등의 집단 용퇴와는 거리가 멀다’는 주장도 나왔다. 2016년 20대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이른바 ‘진박 공천’에 골몰했던 것과 비교하며 임 전 실장 불출마로 ‘친문·청와대 낙하산 공천’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데, 임 전 실장이 이를 의도했다고 보긴 어렵다. 86세대의 집단 퇴장론도 마찬가지다. 여권의 86세대 정치인들이 집단으로 행동하기에는 이미 여러 직책과 경로를 통해 총선 행보가 상당수 정리돼 있다.
그럼에도 임 전 실장 불출마는 그 자체로 울림이 크다. 그는 “처음 정치를 시작할 때 마음먹은 대로,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 통일운동에 매진하겠다”고 말했다. 임 전 실장 말이 아니더라도 86세대, 더 나아가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의 책임 있는 자리에 있는 인사들은 ‘초심’을 지키고 있는지 되돌아보기 바란다. 여권의 다선·중진들 역시 한국 정치에서 자신의 역할이 남아 있는지 냉철하게 자문해야 한다. 정치인 거취는 정치인에게만 맡길 수 없는 만큼, 합리적 기준과 과정을 통해 파격적이면서도 내실 있는 인적 쇄신이 이뤄지도록 공천을 진행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민주당에선 이철희·표창원 등 초선 의원들이 이미 총선 불출마와 쇄신을 촉구했지만, 아직 눈에 띄는 젊은 세대 영입 등의 움직임을 찾아보기 어렵다. 시대에 뒤떨어진 정치인을 뒤로 앉히고, 참신하고 유능한 인사를 유입하는 게 정당의 생명력을 유지하는 길이다. 과거의 풍토가 계속되지 않도록 유권자가 ‘매의 눈’으로 정치인을 판별해 한 표의 위력을 보여주는 게 중요함은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