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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검찰, ‘세월호 책임’ 해경에만 물을 수 있나

등록 2020-01-06 18:26수정 2020-01-07 02:39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전면 재수사 촉구 촛불문화제 모습.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전면 재수사 촉구 촛불문화제 모습.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검찰의 세월호참사 특별수사단(단장 임관혁)이 당시 구조에 실패한 김석균 전 해양경찰청장 등 6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승객이 배에서 빠져나오도록 지휘하는 등 구조에 필요한 주의의무를 게을리한 혐의(업무상 과실 치사상)다. 사건 발생 6년이 다 돼가는 시점에야 겨우 해경 지휘부 책임을 묻는다니, 늦어도 너무 늦었다. 희생자와 유족들 앞에서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는다.

당시 세월호가 침몰한 현장에는 승객이 뛰어내리면 구조해 태울 수 있는 대형 선박까지 대기 중이었는데도 해경 지휘부 누구도 적극적인 구조에 나서지 않아 대형 참사를 일으켰다. 법원이 이미 판결문에서 “해경 지휘부에 구조 소홀의 공동책임이 있다”고 밝힌 사실을 온 국민이 다 아는데도 이제야 법의 심판대에 올렸으니 할 말이 없다.

현장 지휘자인 김문홍 전 목포해경서장은 그날 오전 9시3분 세월호가 침몰 중이란 보고를 받고도 현장에 직접 가지 않고 헬기 출동만 지시했다. 김수현 당시 서해해경청장은 사고 현장에 도착한 항공구조사를 선내에 진입시키는 대신 세월호를 “세울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라는 둥 잘못된 지시를 내렸다. 김 전 해경청장 역시 제대로 구조 지휘를 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응급 상황에 있던 학생 대신 자기가 헬기를 타고 현장을 빠져나갔다. 이들은 잘못을 숨기기 위해 보고 문건들을 허위로 작성한 혐의도 받고 있다.

그동안 1·2기 특별조사위 등 여러 차례 진상 조사가 시도됐으나 참사 원인과 구조 실패 책임, 사후 은폐·왜곡 경위 등 어느 하나 온전히 진실을 밝혀내지 못했다. 특별수사단의 이번 영장 청구는 해경 책임의 일부를 단죄하기 시작한 것일 뿐이다. 당시 청와대 안에서 대통령과 참모들의 행적은 아직도 미심쩍은 게 많다. 청와대를 비롯해 정부·여당이 조직적으로 진상 규명을 방해하는 등 은폐·왜곡에 나선 경위는 여전히 미스터리다.

무엇보다 검찰 수사 자체를 방해한 행위는 명백한 범죄다. 당시 법무부는 정부의 책임을 모면하기 위해 해경 123정장의 구속영장에서 업무상 과실 치사 혐의를 빼도록 해 결국 영장이 기각됐다. 지방선거 등을 의식해 의도적으로 수사를 지연시키는 등 법무부 장관을 비롯한 간부들의 직권남용 혐의가 뚜렷하다. 시효(7년)도 남아 있다. 검찰이 뒤늦게나마 과거의 잘못을 참회하고 수사 착수의 진정성을 인정받으려면, 자신들의 범죄부터 성역 없이 단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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