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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삼성 노조 와해’ 개입 인사가 노동위 위원이라니

등록 2020-04-07 17:37수정 2020-04-08 02:38

삼성 노조와해 사건에 개입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임원과 간부 직원이 각각 중앙노동위원회, 서울지방노동위원회 위원으로 활동 중인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다. 서울 마포구에 있는 경총 회관. <한겨레> 자료 사진
삼성 노조와해 사건에 개입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임원과 간부 직원이 각각 중앙노동위원회, 서울지방노동위원회 위원으로 활동 중인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다. 서울 마포구에 있는 경총 회관. <한겨레> 자료 사진

삼성 노조 와해 사건 장본인으로 유죄 판결을 받은 경제단체 임원과 간부가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와 서울지방노동위원회(지노위) 위원으로 활동 중인 것으로 드러났다. 노사 간 분쟁을 공정하게 조정·중재·심판하는 노동위의 역할에 비춰 부당하며 위원회에서 빠지는 게 마땅하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남용우 상무와 황용연 노사협력본부장이 지난해 12월 삼성전자서비스 노조 와해 사건 1심에서 벌금형(800만원, 700만원)을 받은 뒤에도 각각 중노위와 지노위의 사용자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사실이 <한겨레> 취재로 확인됐다. 이들은 2013년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가 노조를 설립하자 교섭권을 위임받은 뒤 삼성의 계획대로 단체교섭을 지연시킨 혐의로 기소됐다. 남 상무는 지노위 위원을 거쳐 지난해 1월 중노위 위원으로, 황 본부장은 지난해 12월 1심 판결 직전 지노위 위원으로 재위촉됐다.

중노위와 지노위는 각종 노동 사건의 조정·중재·심판을 맡는 준사법 기능을 지닌 고용노동부 소속 행정기관이다. 노동 문제에서 생기는 노사 간 분쟁을 신속하고 공정하게 처리해 산업 평화에 이바지한다는 취지로 설립된 기구다. 위원들 중 공익 위원은 의사결정권을 갖고 법원의 판사와 같은 역할을 하며, 사용자 위원과 근로자 위원은 각각 경영계와 노동계의 의견을 반영하는 통로 역할을 한다. 두 사람의 불법행위 이력과는 도무지 어울리지 않는 자리다.

노동위는 노동위원회법에 따라 사용자 위원은 사용자 단체가 추천할 수 있고, 국가공무원법에 따른 결격사유(금고 이상 확정 판결, 공무원 범죄 벌금형 등)에 걸리지 않으면 위원으로 제청할 수 있기 때문에 문제가 없었다고 설명한다. 또 노동위원회법에 신분 보장 조항을 두고 있어 1심 판결만을 근거로 물러나게 할 수 없다고 했다. 전형적인 형식논리가 아닐 수 없다.

노동위 설명대로라면 두 사람의 위원 해촉은 대법원 확정 판결 뒤에나 가능하게 된다. 3년에 이르는 위원 임기 만료 즈음에나 물러나게 된다. 공무원이 비위 행위로 기소되면 즉각 직위해제되는 것과 대비된다. 노동위 본연의 역할에 비춰볼 때 두 사람이 위원직에서 스스로 물러나는 게 당연하다고 본다. 또 이들을 추천한 경총도 나 몰라라 할 일이 아니다. 노동위 또한 법 조항을 너무 좁게 해석한다는 지적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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