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사설

[사설] ‘원격의료’ 도입, ‘국민 건강권’ 관점에서 공론화를

등록 2020-05-15 19:18수정 2020-05-16 02:33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이 14일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3차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 결과 브리핑에서 주요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권기섭 고용노동부 고용정책실장, 김용범 기재부 차관, 용홍택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연구개발정책실장. 기획재정부 제공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이 14일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3차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 결과 브리핑에서 주요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권기섭 고용노동부 고용정책실장, 김용범 기재부 차관, 용홍택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연구개발정책실장. 기획재정부 제공

청와대와 정부가 ‘원격의료’(비대면 의료) 제도 도입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면서 찬반 논란이 재점화하고 있다. 감염병에 대비하기 위한 비대면 의료의 필요성이 커졌고 이를 차세대 산업으로 키워나가야 한다는 것인데, 당장 의료계와 시민사회단체들의 우려와 반발이 거세다.

정보통신기술(ICT)의 발전과 함께 비대면 의료 행위의 실효성과 소비자의 편익, 산업적 가치가 주목받고 있는 건 전 세계적 흐름이다. 특히 코로나 사태 이후 비대면 산업의 중요성이 부각되는 상황에서 정부가 관련 산업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겠다는 취지에 공감한다. 4차 산업 흐름에 뒤처지지 않게 관련 기술과 시스템, 인프라 투자와 기술 개발에 더욱 힘을 내야 할 것이다. 의료 소비자의 편의성과 접근성이 높아진다면 의료 시스템의 효용 또한 높아질 것이다. 코로나 사태 때 한시 허용한 비대면 진료의 임상 경험이 적잖은 자산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다만 원격의료 도입 논의는, 의료 서비스는 공공재이며 그 목표는 국민 건강권 확대라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원격의료는 새로운 의료기기와 인프라 구축에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영역이다. 민간 대자본들이 주도해 수익성 위주로 흐를 경우, 의료 서비스 격차가 더 벌어지고 쏠림 현상이 빚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올 수밖에 없다. 또한 원격의료의 효율성과 편익에 앞서 안전성 확보가 우선이라는 점도 명심해야 한다. 여권 일각에서 “원격의료도 온라인 쇼핑과 마찬가지”라는 발언이 나온다는데, 매우 위험하고 부적절하다. 의료 행위는 상품이 아니다. 건강 및 생명과 직결된 문제다.

비대면 의료 확대가 그렇지 않아도 부실한 1차 의료 체계와 공공의료 시스템 강화를 소홀히 하는 구실이 되어선 안 된다. 코로나 사태 때 미국과 유럽 주요국의 공공의료 시스템이 붕괴하면서 수많은 환자가 방치되고 고통받는 현장을 우리는 생생히 목도한 바 있다. 국내 도서·산간 지역과 농어촌은 의료 기관·인력 부족이 심각한 상태다. 의료 사각지대에 놓인 국민들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주치의 제도를 확대하고 권역별 응급외상센터를 설립하겠다는 국정 과제는 여전히 지지부진하다. 아이를 낳거나 응급수술을 받으려면 몇 시간씩 차를 타야 하는 현실은 원격의료 도입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전 국민이 적절한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공공의료 인프라를 갖추는 게 선결 과제라는 점을 정부는 잊지 말아야 한다.

벌써부터 올가을께 정부·여당이 원격의료 도입을 위한 의료법 개정에 나설 것이란 이야기가 나온다. 원격의료 도입 문제는 의료·정보기술 산업의 발전 측면과 동시에 의료의 공공성과 의료계 내부 이해관계 등이 복잡하게 얽힌 사안이다. 정부가 미리 방향을 정해놓고 밀어붙인다면 또다시 사회적 갈등만 키울 것이다. 성숙하고 진지한 공론화 과정을 거치는 게 우선이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부당 지시 왜 따랐냐”…윤석열 ‘유체이탈’ [2월7일 뉴스뷰리핑] 1.

“부당 지시 왜 따랐냐”…윤석열 ‘유체이탈’ [2월7일 뉴스뷰리핑]

벌열 역적질에 조정이 텅 비었구나 [.txt] 2.

벌열 역적질에 조정이 텅 비었구나 [.txt]

죽은 자가 산 자를 살리는 ‘양심의 구성’ [강수돌 칼럼] 3.

죽은 자가 산 자를 살리는 ‘양심의 구성’ [강수돌 칼럼]

[사설] ‘모든 책임 지겠다’는 사령관, 내 책임 아니라는 대통령 4.

[사설] ‘모든 책임 지겠다’는 사령관, 내 책임 아니라는 대통령

[사설] 자신 위해 싸우라는 윤석열의 ‘옥중 정치’, 불복 선동하는 것인가 5.

[사설] 자신 위해 싸우라는 윤석열의 ‘옥중 정치’, 불복 선동하는 것인가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