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서비스 노동조합 와해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던 이상훈(65) 전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이 항소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고 풀려났다. 노조 와해 혐의가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인정됐지만, 검찰이 관련 증거를 위법적인 방법으로 수집했다는 게 이유다. 조직적인 노조 와해 행위는 뿌리 뽑아야 할 반헌법적 중대 범죄라는 점에서 이번 항소심 판결은 당혹스럽다.
서울고등법원 형사3부(부장판사 배준현)가 10일 이 전 의장 항소심에서 1심과 달리 무죄를 선고한 이유로 든 것은 관련 증거 자료 수집의 위법성이었다. 문제의 문건은 검찰이 2018년 2월 ‘다스 사건’ 관련 압수수색 때 확보한 것이었다. 1심 재판에서도 압수수색 과정의 위법성 논란이 일었지만, 재판부는 ‘영장을 제시하지 않은 점 등이 적법절차의 실질적인 내용을 침해하지는 않는다’고 판단했다. 반면 2심 재판부는 ‘영장 제시는 필수적 절차’라는 등 한층 엄격한 법리를 제시하며 위법성을 인정했다. 삼성 변호인단도 재판 과정에서 이 점을 집중적으로 부각했다.
1심과 다른 항소심 판결에도 이 전 의장의 노조 와해 혐의는 그대로 인정됐다. 2심 재판부는 “만약 문건의 증거 능력이 인정되면 결론은 달라질 것”이라며 “최종적으로 무죄를 선고하지만 결코 이 의장에게 공모 가담이 없었다고 무죄를 선고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명심하라”고 강조했다. 함께 기소된 강경훈(55) 삼성전자 부사장(징역 1년 4개월), 목장균(55) 삼성전자 전무(징역 1년) 등은 2심에서도 실형을 선고받았다.
삼성전자서비스 노조 와해 공작인 이른바 ‘그린화’ 전략은 삼성그룹 스스로 인정하고 사과한 일이다. 삼성은 지난해 12월 1심 판결 직후 ’입장문’을 통해 “노조를 바라보는 시각과 인식이 국민의 눈높이에 미치지 못했다”고 밝혔다. 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5월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해 ‘무노조 경영’ 철회를 약속한 바 있다.
삼성은 2심 판결과 무관하게 이미 약속한 무노조 경영 중단은 물론 노사관계 개선 과제를 철저히 이행해야 한다. 지난 5월 해고노동자 김용희씨가 삼성과 합의해 철탑농성을 중단하는 등 일부 진전을 보였지만 여전히 미흡하다. 삼성전자서비스 노조 활동 관련으로 사망한 노동자 2명에 대한 사과와 배상, 해고자 복직 같은 후속 조처에도 별 진전이 없다. 두루뭉술한 사과 대신 실질적인 조처로 진정성을 보여주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