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명 소유한 회사의 자금을 횡령하고 삼성 등에서 거액의 뇌물을 챙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29일 징역 17년의 확정판결이 내려졌다. 사진은 지난 1월8일 서울 서초동 중앙지법에서 열린 항소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는 이 전 대통령. 연합뉴스
이명박 전 대통령이 29일 대법원에서 징역 17년의 확정판결을 받았다. 자동차 부품회사 다스의 실소유주로서 20년간 252억3천만원을 비자금으로 횡령하고, 다스의 소송 비용을 대납시키는 등 삼성에서 89억원의 뇌물을 받은 핵심 혐의가 1·2심에 이어 대법원에서도 유죄로 인정됐다. 2007년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에 나서면서 다스를 차명소유했다는 의혹이 본격 제기된 지 13년 만에 이뤄진 최종 심판이다. 국회의원, 서울시장, 대통령 등 20년 넘게 선출직 공직을 거치면서 차명재산을 감쪽같이 숨기고, 언론의 수많은 의혹 제기와 검찰·특검 수사가 잇따라도 “다스는 처남과 큰형의 재산”이라는 뻔뻔한 거짓말로 국민을 속여온 죄가 실로 무겁다. 대통령 재임 때 국회의원 등 공직을 대가로 5억여원의 뇌물을 챙긴 혐의는 막강한 권한을 위임한 국민에 대한 배반 행위가 아닐 수 없다.
그럼에도 이 전 대통령은 반성의 기색조차 없다. 재판 기간 내내 혐의를 부인하고 ‘정치 보복’이라고 주장하더니 이날 대법원 판결 뒤에는 입장문을 내어 “법치가 무너졌다”는 둥 “대법원은 공정하지도 정의롭지도 못했다”는 둥 억지를 늘어놨다. 입장문 중 “나라의 미래가 걱정된다”는 대목에서는 실소를 금할 수 없다. 재임 중 4대강 사업 등 온갖 실정으로 국민들에게 짐을 지운 것은 차치하더라도, 전직 대통령으로서 뇌물·횡령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것 자체가 국격을 무너뜨리는 행위 아닌가. 나라를 걱정하는 위선은 집어치우고 지금이라도 당장 국민 앞에 무릎 꿇고 사죄하는 게 한때나마 대통령직을 수행했던 인사로서 최소한의 도리다.
이 전 대통령은 신변 정리 시간을 가진 뒤 다음달 2일 재수감될 예정이라고 한다. 2018년 3월 구속됐다가 1심 선고 뒤 2019년 3월 보석으로 풀려났고, 다시 지난 2월 항소심 선고와 함께 법정구속됐으나 6일 만에 구속 집행정지로 석방되는 등 구치소를 오락가락한 이 전 대통령은 이제 남은 형기인 16년가량을 채워야 한다. 형이 확정돼 특별사면 요건을 갖췄다는 이유로 일각에선 벌써부터 사면론도 거론된다. 보수 야당에서는 그동안에도 꾸준히 사면 주장을 해왔다. 하지만 석고대죄를 하더라도 신중히 결정해야 할 특별사면을 일말의 반성도 없는 이 전 대통령에게 베푼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이 전 대통령에게 속고 배신당한 국민의 분노가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