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쪽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처장 후보로 추천한 석동현 변호사가 10일 페이스북에 “개인적으로 공수처는 태어나선 안 될 괴물기관으로 본다”는 글을 올렸다. 연합뉴스
초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처장 후보로 국민의힘이 추천한 검찰 출신의 석동현 변호사가 10일 “개인적으로 공수처는 태어나서는 안 될 ‘괴물 기관’으로 본다”고 밝혔다. 또 “법을 고쳐 폐지하기 전까지는 현실적으로 존재하게 된 이상 어떻게든 공수처가 지탄을 받는 기관이 되지는 않게 해야 한다는 심정으로 (후보 추천을) 수락했다”고 했다. 중대한 임무를 띠고 출범하는 국가기구를 이끌어갈 후보로 공당의 추천을 받은 인사가 그 기구의 존재 자체를 아예 부정하다니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이런 인사를 추천한 데 대해 국민의힘은 사과를 해도 모자랄 판인데 되레 억지를 부리고 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기자들에게 “공수처에 문제가 없다는 사람이 더 이상하다. 반대하는 사람을 후보로 넣었다고 물을 것이 아니라, 공수처가 문제 있다고 말하지 않는 사람을 후보로 넣은 것이 더 문제”라고 말했다.
더구나 석 변호사는 검찰을 떠난 뒤 국민의힘 전신인 새누리당의 법률지원단 부단장을 맡았고 자유한국당 부산광역시당 해운대갑 당협위원장도 지냈다. 지난 21대 총선에서 미래통합당 당내 경선에 나섰다가 탈락하기도 했다. 공수처의 정치적 중립성 보장에 의문을 제기하며 목소리를 높이던 국민의힘이 자당에서 정치활동을 한 인물을 버젓이 후보로 추천한 것이다. 공수처장 후보 선정 과정을 정쟁으로 몰아갈 의도가 아니라면 이런 식의 후보 추천은 하지 말아야 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의 선거법 위반 사건 변호인을 맡고 있는 전종민 변호사를 추천한 것도 적절치 않다.
앞서 국민의힘은 후보추천위원으로도 “공수처법은 위헌”이라고 주장해온 이헌 변호사를 선정해 비판을 샀다. 잇따라 문제적 인물을 추천하는 것을 보면 공수처 출범에 어떻게든 어깃장을 놓겠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국민의힘이 추천한 후보 전원이 검사 출신인 점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검사 출신이라고 무조건 검찰을 감쌀 것이라고 예단할 수는 없지만 후보 추천 과정에서 공수처의 검찰 견제 기능을 심도있게 고려했다고 보기 힘들다. 비록 입법 과정에서 반대했더라도 엄연히 국회를 통과한 법에 따라 설치되는 국가기구를 이렇게 백안시하는 것은 책임있는 공당의 태도가 아니다. 국민의힘은 공수처가 중립성을 지키며 주어진 소임을 다할 수 있도록 공수처장 선정 절차에 진지하게 임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