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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구조 실패’ 법적 책임 묻지 못한 세월호 1심 판결

등록 2021-02-15 18:57수정 2021-02-16 02:46

2014년 4월16일 오후 전남 진도 동거차도 앞 해상에서 세월호가 침몰하는 가운데 해양경찰 대원들을 태운 구명 보트가 선수 부근을 돌고 있다. 진도/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2014년 4월16일 오후 전남 진도 동거차도 앞 해상에서 세월호가 침몰하는 가운데 해양경찰 대원들을 태운 구명 보트가 선수 부근을 돌고 있다. 진도/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세월호 참사 때 초동 대처를 잘못해 승객들을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당시 해양경찰청 지휘 라인이 1심 재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22부는 15일 김석균 전 청장 등 해경 구조 관련 책임자 9명의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김 전 청장 등은 2014년 4월16일 세월호 참사 때 구조에 필요한 주의 의무를 다하지 않아 303명이 숨지고 142명이 다치게 한 혐의로 지난해 2월 재판에 넘겨졌다. 참사 7년이 다 돼가도록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가족들뿐 아니라 국민들도 이번 판결을 얼마나 납득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재판의 최대 쟁점은 김 전 청장 등이 현장 상황을 정확히 파악해 ‘골든타임’ 안에 퇴선 유도와 선체 진입을 지휘할 수 있었는지 여부였다. 재판부는 “참사 당시 피고인들은 침몰이 임박해 선장을 통해 즉시 퇴선 조처를 해야 할 상황으로 인식하기 어려웠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또 “세월호 선원들이 승객들에게 아무 조처를 하지 않는 상황까지 피고인들이 예상할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도 했다. 당시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해경 지휘 라인이 정확한 판단과 결정을 내리기 어려웠다고 본 것이다.

1심 재판부 판단의 타당성은 앞으로 진행될 상급심에서 다툴 여지가 많다고 본다. 특히 재판부가 “피고인들이 세월호 선장이나 선원들과 직접 교신해 퇴선 준비 등을 지시했더라도 이들은 그 지시를 묵살하거나 탈출 방송을 했다는 대답만 반복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 건 지나친 예단으로 보인다. 피고인들의 형사 책임 여부를 가리면서 엄격한 잣대를 적용한 셈인데, 그렇다면 발생하지 않은 상황에 대한 추론 역시 그만큼 엄격했어야 한다고 본다. 검찰 세월호 참사 특별수사단은 2심에서 더욱 탄탄한 법리로 대응하기 바란다.

다만 재판부가 “대형 인명사고에 대비해 체계가 정비되지 않은 상황에 대한 관리 책임을 질책할 수 있다”며 해경 전체의 물적·인적 역량 부족을 지적한 것은 눈여겨봐야 한다. 세월호 참사는 우리 사회의 안전에 대한 총체적 무관심과 무능, 무책임을 여실히 보여줬다. 비슷한 해상 사고가 다시 일어난다면 정부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킬 수 있을 만큼 제도를 개선하고 역량을 강화했다고 말할 수 있는지, 나아가 세월호 같은 참사가 다시는 일어나지 않을 만큼 우리 사회가 안전해졌는지 물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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