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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선거 의식한 섣부른 ‘부동산 규제완화’ 위험하다

등록 2021-03-31 18:29수정 2021-04-01 02:42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이 31일 국회에서 ‘대국민 호소 기자회견’을 열어 부동산 정책 등에 대해 사과를 했다. 공동취재사진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이 31일 국회에서 ‘대국민 호소 기자회견’을 열어 부동산 정책 등에 대해 사과를 했다. 공동취재사진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이 31일 “정부·여당은 주거의 현실을 제대로 보지 못했고, 정책을 세밀히 만들지 못했다”고 공식 사과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서 시작된 공직자 땅투기 의혹이 재보궐선거에서 여당에 최대 악재가 되고 있다. 그 배경에는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에 대한 불신도 자리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미 사과했지만, 여당의 책임도 무겁다는 점에서 이 위원장의 사과는 당연하다고 본다.

관건은 정부·여당의 향후 정책 방향이다. 이 위원장은 “생애최초주택구입자, 청년, 신혼세대 등에 대한 금융규제 완화”를 약속했다. 앞서 홍익표 정책위의장도 29일 “장기무주택자, 생애최초주택구입자 등 서민 실수요자에 대한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완화하고,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소득기준과 주택가격을 더 높이겠다”고 밝힌 바 있다.

서민 실수요자는 이미 금융규제에서 우대를 받고 있지만, 집값이 급등한 탓에 내집 마련이 더 어려워진 현실을 고려하면 혜택을 늘릴 수 있다. 하지만 선거 판세가 불리하다고 해서 허둥지둥 규제를 푸는 것은 위험하다. 특히 금리 상승 위험에 대비해야 할 시점에 금융규제를 완화하는 것은 감당하기 힘든 부작용을 부를 수 있다.

민주당은 공시가격 현실화 속도도 늦출 계획이다. 정부가 집값 안정과 조세 형평성 제고를 위해 현재 시세의 70%인 공시가격을 2030년까지 90%로 높이겠다고 발표한 지 불과 5개월 만에 말을 바꾼 것이다.

정책이 고정불변할 이유는 없다. 문제점이 드러나면 수정하는 게 맞다. 하지만 기존 정책의 실패 원인과 새 정책의 타당성에 대한 면밀한 검토 없이 정책의 근간을 흔드는 것은 무책임하고 무원칙하다는 지적을 피하기 힘들다. 특히 선거를 코앞에 두고 손바닥 뒤집듯 하는 정책 변경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정부는 이날 2·4 대책의 하나로 서울 도심에 주택 공급을 늘리기 위한 ‘도심 공공주택 복합개발사업’ 1차 후보지 21곳을 발표했다. 엘에이치 사태 이후 야당은 공공 주도 방식의 포기를 압박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집값을 다시 불안하게 할 것이라며 기존 계획을 고수했다. 옳은 판단이라고 본다.

정부는 상황이 어려울수록 지켜야 할 것과 고쳐야 할 것을 잘 구분하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선거의 유불리만 따져 조변석개하다가 집값 불안이 재연되면 책임질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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