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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택배노조 파업 가결, ‘을’들의 고통 방치 말아야

등록 2021-05-07 18:25수정 2021-05-08 02:34

지난달 14일 오후 한 택배노동자가 택배차량 지상 출입이 금지된 서울 강동구 고덕동의 한 아파트 입구로 물건을 옮기고 있다.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지난달 14일 오후 한 택배노동자가 택배차량 지상 출입이 금지된 서울 강동구 고덕동의 한 아파트 입구로 물건을 옮기고 있다.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전국택배노동조합(택배노조)이 7일 총파업 찬반투표가 가결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애초 11일로 잡았던 파업 돌입 시기를 노조위원장이 판단해 결정하도록 했다. 사실상 파업을 늦춘 셈이다. 파업 수위도 총파업에서 부분파업으로 낮추기로 했다. 파업 찬성률이 77%에 이르는데도 유연한 태도를 보이는 건 문제를 대화를 통해 합리적으로 해결하겠다는 뜻이다. 택배사뿐 아니라 정부와 정치권이 이제라도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택배노조가 파업 수순에 들어간 데는 지난달 서울 강동구 고덕동의 한 아파트가 택배 차량의 지상 출입을 막은 것이 발단이 됐다. 지하주차장 출입구가 낮아 택배 차량이 드나들 수 없는 현실을 아랑곳하지 않은 것이다. 택배노동자들은 이때부터 아파트 입구에 차를 세우고 손수레로 세대 앞까지 화물을 옮겨야 했다. 하루 3~4시간, 주 20시간 안팎의 추가 노동이 불가피했다.

택배노동자들의 반발과 사회적 비판 여론에 입주민들은 짐칸 높이를 낮게 개조하라고 오래전부터 요구했다고 반박하고 있다. 그러나 자신들의 편익을 위해 대당 수백만원에 이르는 개조비용과 짐을 부릴 때 몸을 펼 수 없어 근골격계 부담이 가중되는 문제를 고스란히 택배노동자들에게 떠넘기는 건 갑질이 아닐 수 없다.

택배노동자들은 해당 아파트 단지 앞에서 촛불집회를 이어왔다. 아파트 입주민뿐 아니라 택배사들을 향한 것이기도 했다. 그러나 택배사들은 수수방관해왔다. 택배노조에 대한 사용자성이 택배사들에 있는 만큼 이번 쟁의행위의 당사자도 택배사들이다. 상황이 여기에 이르기 전에 택배노동자들과 입주민들 사이의 갈등을 풀어야 했던 주체도 택배사들이다. 게다가 코로나로 많은 국민이 고통받고 있는 가운데 택배사들은 사상 최대의 영업이익을 올리는 등 특수를 누리지 않는가.

택배노조의 집계 결과, 지하주차장 출입구가 낮은데도 택배 차량의 지상 출입을 막는 아파트가 전국에 179곳이나 된다고 한다. 이에 따른 갈등과 비용, 추가 노동을 약자인 택배노동자들이 떠안고 있다. 여느 플랫폼사업이 그렇듯이 여러 이해당사자가 복잡하게 얽힌 문제다. 2018년 ‘카카오 카풀’ 관련 택시 파업 때처럼 국회와 정부가 사회적 조정과 타협을 이끌어야 할 때라고 본다. ‘을’들의 피해를 이대로 방치하는 건 직무유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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