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형 감사원장이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재형 감사원장의 대선 출마설이 끊이질 않고 있다. 최 원장과 가까운 인사들은 그의 출마를 조심스레 점치고 있고 대선 출마 여부에 대해 “생각을 정리하겠다”는 최 원장의 발언은 그 가능성을 한층 더 높였다. 지지율 1위이지만 검증 문제 등 불안 요소가 있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대체하는 ‘플랜 비(B)’로서 야권에서는 최 원장의 가치를 높이 평가하는 분위기다.
최 원장과 경기고·서울대 동기인 강명훈 변호사는 20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정권 교체를 해야 나라가 발전할 수 있다는 취지에서 ‘너도 (출마를) 한번 생각해보라’고 여러 차례 말했다. (최 원장이) 처음에는 ‘전혀 말도 안 된다’고 했다가 언론에 이름이 거론되고,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대안이 필요하다는 얘기도 나오니 한두달 전부터 고민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지난 1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최 원장은 “(대선 출마)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제 생각을 정리해서 조만간 (밝히겠다)”이라고 말했다. ‘감사원장 재직 중 선거에 나가는 게 정치적 중립을 위해 바람직한 일이냐’는 질의에는 “그 부분에 대해서는 다양한 판단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대선 출마 가능성을 열어뒀다. 강 변호사는 이 답변을 “대선 출마에 대한 가장 진전된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최 원장과 소통하고 있다는 정의화 전 국회의장도 이날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이전에 했던 발언들보다 발전된 것 같다고 느꼈다”며 “(출마 여부는) 막 추측해서는 안 될 문제이지만 나라 걱정을 많이 하시는 분”이라고 말했다.
‘대선주자 최재형’에 대한 기대감은 ‘윤석열의 위기’와 무관치 않다. 정치 참여 선언 없이 장기화하는 ‘비대면 전언 정치’에 야권에서는 불안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이동훈 대변인의 중도하차로 대선 출마를 선언하기 전 캠프 내 불협화음이 노출됐고, 보수 진영의 평론가마저 검증 문제를 들어 ‘국민적 지지를 받기 어렵다’며 논란이 커졌다. 여전히 1위 대선주자이긴 하지만 그가 안정적 정권 교체의 적임자냐는 의문이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여론조사에서도 이런 분위기가 감지됐다. 여론조사기관 피엔아르(PNR)리서치가 미래한국연구소와 머니투데이 의뢰로 지난 19일 전국 유권자 100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신뢰수준 95%, 오차범위 ±3.1%포인트) 윤 전 총장의 지지율은 지난주에 견줘 5.2%포인트 떨어진 33.9%였다. 반면 이전 조사에서 유의미한 결과를 내지 못했던 최 원장은 4.5% 지지율로 여권의 ‘빅3(이재명·이낙연·정세균)’ 주자 뒤를 이어 처음으로 5위에 이름을 올렸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 참고)
야권에서는 윤 전 총장이 현직 시절 문재인 정부에 저항하며 지지를 모은 만큼 원전 경제성 감사를 통해 현 정부와 불화한 최 원장도 정권 교체의 열망을 투영할 수 있는 카드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한다. 국민의힘 한 중진 의원은 “당이 대선주자 1명에게만 기대는 것보다는 여러 주자가 유력 후보로 등장해야 차기 대선까지 활력을 줄 수 있다. 최 원장의 행보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오연서 장나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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