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후보인 정세균 전 국무총리와 이광재 의원이 28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후보 단일화 기자회견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정 전 총리와 이 의원은 이날 한국거래소를 공동 방문한 자리에서 "정권 재창출의 소명으로 깊은 대화와 합의를 통해 7월5일까지 먼저 저희가 하나가 되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여권 대선 주자인 정세균 전 국무총리와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새달 5일까지 단일화를 하기로 합의했다. 향후 결선투표에서 벌어질 후보 단일화 움직임이 조기에 나타나면서 당내 1위 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에 대한 견제가 뚜렷해지는 모습이다.
정 전 총리와 이 의원은 민주당 대선 경선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된 28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본사를 함께 방문해 “민주당의 정통성을 계승해 민주정부 4기를 열어가야 한다는 절박한 사명감으로 도덕적 품격, 경제적 식견, 국정능력을 갖춘 좋은 후보를 만드는 일에 뜻을 모았다”며 단일화 뜻을 밝혔다. 민주당 대선 주자 중 단일화에 합의한 건 두 사람이 처음이다. 이들은 “김대중 정신으로 정치를 시작하고 노무현 대통령의 국정을 보좌했고, 문재인 대통령의 성공을 염원하는 저희 두 사람은 서로의 인격과 역량을 깊이 존경해왔다”며 “정권 재창출을 위해 7월 5일까지 먼저 저희 둘이 하나가 되고, 민주당의 적통을 만들기를 이어가 국민과 당원의 부흥을 이어가겠다”고 덧붙였다.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되자마자 단일화 움직임이 가시화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본선 진출자 6명을 가리는 예비경선 전까지는 각개전투에 집중하는 게 보통이기 때문이다. 여권 내 대선주자 선두권은 이재명 경기지사와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 중심으로 굳어지고 있지만, 후발주자들끼리의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는 상황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비이재명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단일화 논의를 조기 촉발해 판을 흔들어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두 주자가 예비경선이 시작되는 9일 이전에 단일화를 마무리 짓기로 한 것도 판을 키우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된다. 단일화 시점과 예비경선 시작일 사이에 나흘 정도 시차를 둬 다른 후보들이 들어올 여지를 남기겠다는 것이다.
당 안팎에선 이번 연대를 기점으로 대선 주자들 사이의 ‘반이재명 전선’이 확대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두 주자가 노 전 대통령을 연결고리로 힘을 합친 것도 비주류인 이 지사를 겨냥한 것이란 해석이 많다. 정 전 총리는 참여정부에서 당시 여당인 열린우리당 대표·원내대표 및 산업부 장관 등을 지냈고, 노 전 대통령 보좌관으로 정치권에 입문한 이 의원은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등을 지낸 ‘원조 친노’ 인사다. 관심사는 앞서 경선 일정 연기론을 놓고 정 전 총리, 이 의원과 공동행보를 해온 이 전 대표의 연대 여부다. 이 전 대표 쪽 한 의원은 이날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우리 당의 활력을 불어넣는 차원에서 이번 단일화는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4기 민주정부를 반드시 만들어야 한다고 동의하는 후보님들하고 여러 가지 논의들을 할 수 있다”며 가능성을 열어놨다.
다만 정 전 총리와 이 의원 쪽 모두 이번 단일화가 ‘반이재명 연대’로 비치는 것을 경계했다. 정 전 총리를 돕고 있는 김민석 민주당 의원은 “일국의 대통령이 되겠다는 정치 지도자가 어떤 사람에 반대해 뭉치고 흩어지는 합종연횡, 이합집산은 청산해야 할 구태”라며 이번 연대가 가치와 정책 중심의 연대임을 강조했다.
심우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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