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7일 오전 대구를 방문해 대구삼성창조캠퍼스에서 청년 창업자들과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대선주자인 유승민·하태경 의원에 이어 이준석 대표까지 여성가족부 폐지 주장에 가세했다. 이 대표 특유의 ‘성별 갈라치기’ 발언이라는 비판과 여성 표심 소외로 득표전략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 대표는 7일 대구에서 청년 창업자 간담회 뒤 기자들을 만나 “여가부가 지금까지 꾸준히 예산을 받아서 활동했음에도 지난 10년간 젠더갈등이 비약적으로 상승했다. 그것이 지금 형태로 계속 존재해야 되는지 의문을 제기해야 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날 “여가부 같은 것들이 여성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안 좋은 방식이다. 나중에 우리 대통령 후보가 되실 분이 있으면 폐지 공약은 제대로 냈으면 좋겠다”고 밝힌 데 이어 ‘여가부 폐지론’을 거듭 주장한 것이다.
당대표가 이렇게 ‘여가부 폐지’에 힘을 싣자 벌써부터 국민의힘 대선 공약으로 추진될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권성동 의원은 이날 <한국방송>(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우리 당 의원 중 상당수는 여성가족부 무용론에 공감하는 편”이라며 “(여가부 폐지 공약으로) 여성들의 표가 달아날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조수진 최고위원은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양성평등’을 촉진하기 위한 부처나 제도는 더이상 필요 없다는 식으로 젠더 갈등을 부추긴다거나, 그것을 통해서 한쪽의 표를 취하겠다고 해서는 또 다른 결의 ‘분열의 정치’를 하자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분열을 조장하는 ‘성별 갈라치기’라는 비판이다. 대선 출마를 선언한 윤희숙 의원도 이날 <기독교방송>(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청소년과 다문화가정, 성폭력 등을 여가부에 떼어놓은 이유는 다른 부처에서 해결이 어렵기 때문”이라며 “여가부 폐지는 딱 칼로 자르듯이 얘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대선 공약으로 ‘여가부 폐지론’을 띄우는 것이 전략상 패착이 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국민의힘의 한 관계자는 “대선주자는 자기 신념대로 공약을 낼 수 있지만, 대표가 앞장서서 다 같이 따라오라고 권유하는 방식은 매우 부적절하다”며 “대변인 선발 토론배틀도 성공을 거뒀다고 자평하지만, 여성 참여율은 단 11%에 불과할 만큼 아직도 국민의힘이 여성의 마음은 얻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의 한 여성 의원도 “이 대표가 그동안 20대 남성을 대표했던 건 대표로서가 아니라 ‘개인 이준석’이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라며 “당이 남녀갈등을 부추기는 방향으로 차기 대선 전략을 잡으면 안 된다. 새로운 미래 비전을 보여주는 공약을 내놔야 한다”고 지적했다.
장나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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