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예비후보인 이낙연 전 대표가 여성 안심 정책을 발표하기 위해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으로 입장하고 있다. 이 전 대표는 여성의 안전한 일상을 돕기 위해 변형 카메라 구매 이력 관리제 도입, 데이트폭력 처벌 강화, 스마트 여성 안심 서비스 확대 및 범죄예방 환경설계 적용 등 3가지 정책을 추진하기로 했다. 연합뉴스
11일 오후 2시.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선 후보가 캠프 사무실이 있는 여의도 대산빌딩에 온·오프라인으로 기자들을 불러 모았습니다. 민주당 20대 대선 예비후보 8명 가운데 본 경선에 진출할 6명을 가르는 예비경선, 즉 ‘컷오프’ 결과가 발표되기 3시간여 전이었습니다.
코로나19 방역으로 기자 10명만 선착순으로 현장 참여가 가능했는데, 손 빠른 덕분에 저도 ‘당첨’됐습니다. 오랜만에 직접 대면한 이낙연 캠프 관계자들은 들뜬 분위기였습니다. 이낙연 후보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지만 박광온 총괄본부장, 신경민 상임부위원장, 윤영찬 정무실장 등 캠프에서 핵심 역할을 맡은 전·현직 의원들이 총출동했습니다. 이들은 “(경선의) 판이 바뀌고 있다”, “지지율 재조정이 시작됐다”, “(1위 후보와의 지지율 역전) 변곡점이 마련됐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예비경선 과정에서 4차례의 티브이 토론, 국민면접, 정책언팩쇼 등을 거치면서 ‘2인자’에 머무르던 이낙연 전 대표의 지지율이 반등하기 시작했다는 겁니다.
“민주당 내에서 (현재의) ‘1강 1중’(이재명·이낙연)이 ‘2강’ 구도로 들어서게 될 것이다. (여야 막론) 전체로 보면 현재 2강 1중(윤석열·이재명·이낙연) 구도가 3강 구도로 바뀔 것이다. 내일 발표될 여론조사에서 어느 정도 그런 구도를 확인할 수 있는 데이터가 나오지 않겠나 기대한다. 지지율 재조정이 시작됐다.” (박광온 캠프 총괄본부장)
캠프에서는 구체적인 여론조사 결과도 제시했습니다. 윤영찬 캠프 정무실장은 지난달 19∼20일에 이어 첫 티브이 토론(3일)과 국민면접(4일)과 같은 시점에 이뤄진 제이티비시(JTBC)-리얼미터 여론조사 결과를 비교하면서 이 전 대표에 대한 민주당 지지층의 선호가 높아졌다고 주장했습니다. 토론회가 있기 전후로 실시한 민주당 대선주자 적합도 조사에서 이 전 대표와 이재명 경기지사의 격차가 32.8%포인트에서 18.1%포인트로 급격히 줄어들었다는 얘기입니다. 이 전 대표의 유튜브 채널(이낙연TV) 구독자가 하루 수천 명씩 지속해서 늘어나고, 후원금이 모금 하루 만에 8억원이나 모인 점 등도 함께 제시했습니다.
특히 같은 조사에서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광주·전남·전북 지역에서 이 전 대표에 대한 지지가 15.4%에서 31.1%로 오르고, 반면 이 지사에 대한 지지는 44.4%에서 35.7%로 떨어지는 등 변화가 나타난 점도 ‘지각 변동’의 근거로 들었습니다. 이러한 주장과 다소 차이가 있는 다른 여론조사 결과가 있긴 하지만, 캠프 쪽에서는 분명 이러한 변화가 감지된다고 강조합니다.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 참고)
이낙연 캠프가 컷오프 발표 당일 이처럼 공격적 간담회를 한 데는 이재명 후보가 그간 예비경선 과정에서 보인 몇가지 허점을 ‘리뷰’ 하면서 포인트를 높여보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는 것 같습니다. 민주당은 이날 예비경선 결과를 발표하면서 후보의 순위나 구체적인 득표율 수치를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후보 성적표가 몇가지 버전으로 여의도에 나돌긴 했지만 민주당은 기자들에게 공지문을 보내 “특별당규 제14조에 따라 순위와 득표율을 공개할 수 없다. 데이터 작업 참여 인원도 극히 제한돼 있다”며 “떠도는 글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습니다. 이상민 선거관리위원장과 실무자 1명 외에는 결과를 알 수 없다며 빗장을 채웠습니다. 어차피 이날 같은 깜깜이 선거판에선 자체적으로 감지한 흐름을 극대화해 목소리를 높이는 게 전략적으로 유리하다고 이낙연 캠프는 판단한 게 아니었을까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는 이낙연 전 대표 캠프에서 후보자의 토론을 책임지고 있다고 전해지는 앵커 출신 신경민 전 의원도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신경민 캠프 상임부위원장은 이 전 대표가 티브이 토론을 통해 “안정적이고, 유능하고, 정통성이 느껴지는 후보의 정책 의도와 품격을 분명히 보여줬다”고 자평했습니다. 그러면서 지난 예비경선 티브이(TV) 토론 때 나온 이재명 후보의 ‘바지 발언’을 거론하면서 “정 전 총리에 대한 예의도 아니고 국민에 대한 도리도 아니다” “국민모독” “독선적인 행동”이라고 혹평했습니다.
신경민 상임부위원장의 이날 발언은 본경선에 임하는 이낙연 캠프의 행보를 예상케 합니다. ‘엄중’ ‘진지’라는 말로 표현되는 ‘점잖은’ 이낙연 후보가 어떤 다른 후보들보다도 독하게 이재명 후보를 향해 칼을 빼 드는 모습이 떠오르지 않으십니까? 과연 이낙연 캠프가 장담한 대로 이낙연 후보는 약진할까요? 이번주 발표되는 여론조사 결과가 궁금해집니다.
노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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