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의 대선 예비후보인 김두관 의원의 제페토 캐릭터(중앙에 태극기 들고 있는 이)가 ‘아름다운 독도’ 맵에서 시민들, 취재진과 함께 단체 사진을 찍고 있다. 김두관 캠프 제공
하늘에는 괭이갈매기가 날고, 바다에선 돌고래가 헤엄친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이동이 자유롭지 않은 요즘, 지난 16일 동해 한가운데 우뚝 솟아오른 ‘가상의 독도’를 방문했다. 자칭 ‘독도 이장’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후보 김두관 의원이 마련한 메타버스 기자회견 장소였다.
“이거 상황극이 아니라 진짜인가? ㄷㄷ(덜덜)” 이날 오전 9시30분부터 제페토 독도 맵에서 열린 행사에 무심코 들어온 한 이용자는 김 의원의 실제 목소리가 흘러나오자 ‘신기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진짜야”, “이 분이 두관 이장님이야”, “티브이에서 보면 아는 척해줘.”
캠프 관계자들은 채팅창을 통해 시민들에게 김 의원을 소개했다. 이날 제한된 행사 참여 인원 16명에는 취재진과 지지자, 일반 이용자가 섞여있었다. 이들 모두 각자의 개성을 살린 아바타 모습으로 기자회견에 참여했지만 마이크 기능을 활용해 질문과 답변은 육성 그대로 이뤄졌다. 맵에 들어온 이용자들은 “우와”, “국내 메타버스 게임을 이렇게 활용하시니 좋네요”라고 반응했다.
“이동하겠습니다. 절벽 조심하세요∼.”
청색 두루마기를 입은 날렵한 청년의 모습을 한 김 의원은 기자회견 머리발언을 마친 뒤 취재진과 이용자들을 이끌고 독도 곳곳을 누볐다.
“‘독도는 대한민국 땅입니다’ 현판 앞에서 기념사진 한 번 찍으시죠. 포즈를 다양하게 해주세요. 하나, 둘, 셋!”
김 의원의 아바타가 셀카봉을 들어 올리자 이용자들은 손을 흔들거나 점프를 하고, 얼굴에 두 손을 모아 꽃받침을 만드는 등 다양한 자세를 취했다.
기자회견이 진행된 30여분 시간 동안 맵은 제한 인원(16명)을 가득 채우며 북적거렸다. 지난 8일 김두관 캠프가 만들어 공개한 독도 맵의 누적 방문자 수는 18일 기준 5000명을 넘겼다. 김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향후 메타버스 활용 계획에 대해 “엠제트(MZ) 세대들과 공감하고 소통하는 것이 중요하기에 (선거 캠페인에) 메타버스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메타버스 플랫폼을 활용한 정치 활동이 활발해지고 있다. 메타버스는 가상·초월을 뜻하는 메타(Meta)와 현실 세계를 뜻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로, 온라인에서 경제·문화·사회 활동이 가능하도록 구현한 가상세계를 의미한다. ‘제페토’는 네이버가 운영하는 가상현실 플랫폼이다. 이용자는 각자의 캐릭터를 생성해 채팅과 음성으로 타인과 소통할 수 있다.
이낙연의 ‘내 삶을 지켜주는 나라’ 제페토 맵에서 16일 열린 팬미팅에서 참가자들이 셀카를 찍고 있다. 뒤에 이낙연 전 대표의 캐릭터가 서 있는 모습이 보인다. 이낙연 캠프 제공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도 16일 저녁 제페토 맵 ‘이낙연의 내 삶을 지켜주는 나라’에서 팬미팅을 열었다. 이 전 대표는 수트에 운동화를 신은 차림의 아바타로 나타났고 이 자리에서 이용자들은 그와 함께 사진을 찍고 대화를 나눴다. 평소에 이 맵은 지지자들끼리 별도 모임을 하거나 지지를 인증하기 위한 용도로 활용되고 있다. 지난달 22일 개설된 뒤 18일까지 누적 방문자 수가 2만명을 넘겼다. 이낙연 캠프는 “코로나19로 인해 현장에서 많은 분을 만나지 못하는 아쉬움을 가상공간을 통해 조금이나마 해소하기 위해 메타버스 제페토 맵을 개설, 운영하게 됐다”며 “맵을 통해 현실과 가상의 세계를 허물고 다양한 분들을 만나 소통하고 대화하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지난 5월 일찌감치 대선 출마를 선언한 박용진 의원은 지난달 21일엔 메타버스에서 대선캠프 출범식을 치렀다. 현재까지 박용진 캠프 맵의 누적 방문자 수는 1000여명이다. 야권에서는 원희룡 제주지사가 유일하게 지난 5월부터 ‘업글희룡월드’를 만들어 제페토 사용자들과 소통하고 있다. 누적 방문자는 600명 정도이지만 대선 주자 중에선 가장 먼저 메타버스에 올라탔다. 벚꽃과 파티룸, 놀이공원 등 다양한 테마로 꾸며놓았고 이곳에서 ‘릴레이 만세 댄스’를 추며 젊은 층 표심을 공략하고 있다.
메타버스의 주 이용층이 10~20대인 만큼, 정치권의 메타버스 활용은 미래정치를 대비한 움직임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메타버스 정치’를 연구 중인 김세연 전 의원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당장 이번 선거는 아니더라도, 정치적 행위가 온라인으로 이뤄지는 건 시간문제”라며 “정당 차원에서도 온-오프 하이브리드 정당 형태로 수렴하는 등 직접·대의 민주주의 사이의 상생과 보완의 관계를 형성하도록 제도를 재설계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지원 장나래 기자
zon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