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왼쪽)와 이재명 경기지사. 11일 <한국방송>(KBS) 토론 화면 갈무리
“(영화 <기생충>에 나오는) 이선균과 송강호, 두 분에게 똑같이 (기본소득을) 8만원씩 주는 게 정의로운가?”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송강호에게만 지원하겠다고 세금 내라고 하면 이선균씨가 세금을 안 낼 거다.” (이재명 경기지사)
11일 저녁 <한국방송>(KBS) 주최로 열린 민주당 대선 경선 TV 토론에 갑자기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등장했습니다. 이낙연 전 대표가 “이재명 후보께서 좋아하는 영화로 <기생충>을 말씀하신 적이 있다”며 말문을 연 것입니다.
이 전 대표는 “<기생충>을 보면 송강호 집은 반지하여서 비 오면 비가 그대로 집에 쏟아진다. (반대로) 이선균 집은 그 비를 감상한다”면서 “그런데 이선균과 송강호 두 분에게 똑같이 8만원씩 주는 게 정의로운가. 아니면 그 돈을 모아서 송강호 집을 좋게 해주는 것이 좋은 것인가. 기본소득론과 관련해서 그런 의문을 갖는다”고 말했습니다.
이재명 지사의 대표 공약 가운데 하나인 ‘기본소득’의 허점을 파고들며 영화 내용에 빗대 알기 쉽게 지적한 것입니다. 이 지사는 대선 공약으로 자신의 임기 안에 전 국민에게 연간 100만원(매월 약 8만원)의 기본소득을 지급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영화 <기생충>의 한 장면. 씨제이이앤엠(CJ ENM) 제공
이에 이재명 지사는 “송강호에게만 (기본소득을) 지원하겠다고 세금을 내라고 하면 이선균씨가 세금을 안 낼 것”이라며 반격에 나섰습니다.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한 선별적인 복지 혜택이 고소득자의 조세 저항으로 이어진다는 점을 지적한 것입니다. 이에 이 전 대표는 “그것은 부자들에 대한 모욕”이라며 “부자들은 사회에 기여하고 명예를 얻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말을 드리고 싶다”고 재반박했습니다.
‘명낙대전’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치열하게 맞붙고 있는 두 사람. <기생충> 속 이선균과 송강호가 실재하는 인물이라면, 이들은 이재명 지사의 기본소득에 대해 어떤 입장을 가질까요? 모두 다 공평하게 받자고 할까요? 어려운 사람을 더 주자고 할까요? 기본소득 월 8만원을 받으면 이선균과 송강호는 그 돈으로 각각 무엇을 할까요?
노지원 기자
zon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