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김웅 의원이 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지난해 총선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의 측근 검사로부터 여권 인사에 대한 고발장을 넘겨받았다는 이른바 '고발사주' 의혹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한 뒤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지난해 4월 손준성 당시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으로부터 여권 인사 등의 고발장을 받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에 전달했다는 의혹을 받는 김웅 국민의힘 의원이 8일 기자회견을 열어 “정황상 제가 손모씨로부터 그 자료를 받아 당에 전달한 것일 수도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재 저에게는 기록이 남아 있지 않기에, 그 진위 여부는 제보자와 손모 검사의 피시(PC) 등을 기반으로 조사기관에서 철저히 조사해 하루빨리 밝혀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오락가락 해명으로 의혹이 확산되자 기자회견을 열어 결백함을 드러내려는 것이었는데, 정작 김 의원은 손 검사와의 연관성 등에 대해 모호한 답변을 거듭해 혼란을 더욱 부추겼다.
6일 만에 입 연 김웅 “기억 안나…전달했을 수도”
‘고발 사주’ 의혹이 불거지고 6일 만에 공식 기자회견을 자청한 그는 약 50분간 미리 준비한 회견문을 읽고 기자들의 질문에 답했다. 하지만 의혹의 핵심인 손준성 검사로부터 고발장을 받았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기억나지 않지만 그랬을 수도 있다’는 취지의 답변을 유지했다.
김 의원은 ‘손 검사에게 메시지를 보낸 방식이 문자 전송인지, 텔레그램인지, 카카오톡인지, 어떤 거냐’는 질문에는 “기억이 안 난다”고 했다. 손 검사를 휴대전화에 어떻게 저장해놓았느냐는 질문에도 “그 당시에 어떻게 저장됐는지는 기억이 안 난다”며 “지금 (손준성 전화번호가) 제 폰에는 입력이 안 돼 있다”고 답했다. 텔레그램 갈무리 사진에 찍힌 ‘손준성 보냄’이라는 흔적이 남았으므로 당시 김 의원이 손 검사를 휴대전화에 어떻게 입력했는지가 실체를 밝히는 중요한 지점인데 ‘기억력의 한계’와 ‘총선 선거운동 집중’ 등을 이유로 확답을 피한 것이다. 그는 손 검사와 특별한 관계가 아니라는 점도 강조했다. 김 의원은 손 검사와 “전화 잘 안 한다. (통화)했더라도 한두통 정도”라며 검찰 인사와 관련해 “힘내라는 취지로 (메시지를) 보냈다”고 했다.
김 의원의 이런 답변은 본인이 ‘손준성 보냄’으로 전달된 텔레그램 메신저 갈무리 화면이 공개된 상황에서 이를 완전히 부인하지 못하지만, 손 검사로부터 고발장을 직접 받았는지를 밝혀줄 핵심 고리에 대한 답변을 피하기 위한 행동으로 보인다.
“제보자 1명으로 특정…조작 가능성도” 제보자로 초점 흐리기
반면 김 의원은 이번 사건을 언론에 제보한 사람에 대해선 “한명으로 특정이 된다”며 비교적 구체적으로 거론했다. “제가 받은 자료를 당 선거 관련에서 중요 직책에 계신 분께만 전달”했으며, 텔레그램 갈무리 화면에서 자신의 이름이 ‘김웅 부장검사(법무연수원)’로 써 있던 점을 들며 “저희 당에 자료를 줄 수 있을 만한 사람이 두세명이다. 제가 법무연수원 명함을 들고 다닐 때 만난 분은 (그중) 한분이다. 그래서 특정이 된다”는 것이다. 김 의원의 주장을 종합하면, 김 의원은 ‘손준성 보냄’ 파일을 텔레그램으로 기계적으로 당에서 중요 직책을 맡고 있는 사람에게 전달했고 이 사람이 ‘제보자’가 됐다는 것이다. 이 제보자가 기계적으로 조작하지 않는 한 김 의원은 손 검사에게서 범여권 인사들에 대한 고발장을 받아 미래통합당에 전달한 셈이 된다.
그러나 이날 김 의원은 “언론매체가 조작할 가능성은 없다고 본다”면서도 “원재료 부분에 있어선 확답을 못 한다. (조작 가능성의) 문제 제기를 하는 사람이 있는데 그럴 리 없다고 할 순 없다”며 제보자의 조작 가능성도 제기했다. 제보의 배경에 대해 “(제보자의) 신원이 나오면 자연스레 풀릴 의문”이라고 했다. 앞서 김 의원은 제보자가 야권의 특정후보 캠프 소속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번 일이 야권 유력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자신이 돕고 있는 유승민 전 의원을 흠집 내기 위한 작업이라는 음모론이다.
“내겐 없으니…조사기관이 밝히길” 책임 떠넘겨
김 의원은 준비된 회견문에서 “저는 당시 총선 공식 선거운동기간동안 선거운동에 집중하느라 저에게 제보되는 많은 자료에 대해 검토할 시간적 여유조차 없었으며, 당원으로서 제보받은 자료를 당에서 검토할 수 있도록 바로 전달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수사를 촉구하며 “사실관계를 밝히기 위해 저도 최대한 협조하겠다”고 했다. 손 검사가 보낸 문건을 자신은 바쁜 상황에서 열어보지도 못하고 기계적으로 당쪽으로 넘겼기 때문에 설령 문건에 법적으로 문제가 되는 내용이 담겼더라도 자신은 고의가 없다는 항변인 셈이다. 이에 홍준표 의원은 이날 <연합뉴스티브이> 인터뷰에서 “(총선 앞뒀던 지난해 4월 초는) 김웅 의원이 국회의원도 아닌데 제보 폭주 할 이유가 없다”며 “제보 폭주 한 건뿐이었을 거다. 그런데 그걸 기억 안 난다고 이야기하시는 거는 납득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고발 사주 의혹의 키맨인 김 의원이 알맹이 없는 해명에다 메신저를 공격하며 본질 흐리기까지 시도하자 여당은 수사를 통한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이용빈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오락가락 해명에 이어서 누구인지도 모르고,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다는 말만 남은 국민의힘 김웅 의원의 무책임한 기자회견 내용”이라며 “검찰의 신속한 수사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오연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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