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8일 오후 국회 소통관을 찾아 ‘고발 사주’ 의혹과 관련 입장을 밝히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고발 사주’ 의혹이 당사자인 김웅 국민의힘 의원이 기자회견에서도 모르쇠로 일관하면서, 신속한 진상 규명 가능성은 멀어지고 야권 대선판도만 요동치고 있다. 오는 15일 첫 번째 컷오프를 앞두고 벌어진 해당 사건이 모처럼 흥행하던 국민의힘 경선 과정에 대한 관심을 떨어뜨리고,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는 양상을 보이면서 보수 진영의 고민은 깊어지는 모양새다.
김 의원은 지난 8일 국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기억나지 않는다”, “정황상 제가 손모씨로부터 자료를 받아 당에 전달한 것일 수도 있다”는 애매한 해명만 반복했다. 여전히 수사기관과 제보자 쪽으로 시선을 돌리며 혼선은 더 가중되는 양상이다. 기자회견을 통해 실체적 진실을 확인하고자 했던 당 안팎에서는 “맹탕 회견”이라는 평가가 다수였다.
오히려 ‘고발 사주’ 의혹을 수면 위로 끌어올린 제보자를 놓고 각종 추측만 난무하고 있다. 여야 대선 주자 여럿이 배후세력으로 지목되는 가운데, 윤 전 총장 주변에서는 특정 후보와 연계돼 있을 가능성도 강하게 제기하고 있다. 결국 명확한 진실이 규명되기 위해선 수사기관의 결론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으로 사태가 전환되면서, 당내에선 보수 진영 대선판도에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주요 대선주자들의 움직임은 엇갈렸다. 긴급 기자회견을 연 윤 전 총장은 “괴문서” “정치공작”을 주장하며 “나를 국회에 불러달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윤 전 총장 캠프 관계자는 <한겨레>에 “후보가 구체적으로 설명해야겠다는 강한 의지가 있었다. 여권 정치인들의 ‘정치공작’에 단호히 대응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의혹이 제기됐던 지난 2일 “진위에 대해 분명하게 입장을 밝히기 바란다”고 공세적인 입장을 보였던 유승민 전 의원 캠프는 난감해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유 전 의원은 전날 기자들과 만나 “김 의원에게 최대한 진실대로 국민께 말할 의무가 있다고 조언했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캠프 대변인직 사퇴 의사를 밝혔다.
홍준표 의원은 전날 격앙된 태도로 ‘정치공작’을 주장하며 해명에 나선 윤 전 총장을 향해 “허접한 인터넷 언론이 정치공작 한다고 언론과 국민 앞에 호통치는 것은 든든한 검찰조직을 믿고 큰소리 치던 검찰총장 할 때 버릇 그대로”라며 “네거티브 대응은 그렇게 하는 게 아니다”라고 일갈했다. 야권 내부에서 홍 의원이 이번 사건의 최대 수혜자가 아니냐는 지적과 함께 배후설이 등장한 것에 대해선 민감한 분위기가 읽힌다. 홍 의원 캠프 관계자는 “입장을 낼 것도 없을 만큼 어처구니가 없다. 사실무근이어서 입장을 낼 것도 없다”고 반발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명확한 진상 규명이 어려운 상황이 지속하는 한 리스크가 계속되는 것 아니냐 ”면서 “민주당이 사안을 끌면서 선거에 이용하려고 할 가능성이 큰데 당이 정리하지 못하고 정치공방을 방관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김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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