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이 11일 '고발 사주' 의혹 제보자인 조성은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 부위원장과 만나기는 했지만, 해당 의혹에 대해선 전혀 얘기를 나누지 않았다고 밝혔다. 전날 TV조선은 인터넷매체 뉴스버스의 의혹 보도 3주 전인 지난달 11일 서울 롯데호텔 식당에서 조 씨가 박 원장을 만났다고 보도했다. 지난 2018년 1월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민의당지키기운동본부 전체회의에 당시 박 의원과 조성은 전 국민의당 비대위원이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윤석열 검찰총장 시절 검찰의 고발 사주 의혹 사건의 제보자인 조성은 전 미래통합당 선거대책위원회 부위원장이 한 달 전 박지원 국가정보원장과 만난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이 일고 있다. 국민의힘과 윤석열 캠프는 이번 폭로에 국정원이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맞불을 놨고 조 전 부위원장은 ‘박 원장과 이번 일을 상의하지 않았다’고 반박하고 있다.
조 전 부위원장은 12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박 원장이 국민의당 대표(비상대책위원장) 시절에 (나는) 최고위원(비상대책위원)으로 방송 때도 많이 챙겨드렸다. (돌아가신) 사모님이 병원에 계실 때도 자주 가볼 만큼 인간적인 관계를 이어왔다”며 “9월1일에서야 <뉴스버스>에서 내일 보도가 나간다고 갑자기 통보해왔고, 한달 전엔 그 문제로 고민할 이유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박 원장은 법사위를 오래 해서 윤석열 전 총장과도 친분이 있으신 것으로 알아 그 어떤 상의를 할 대상으로 고려하지도 않았다”고 덧붙였다. 또한 그는 전날 페이스북에 “애초부터 이미 ‘조작타령’, ‘추미애 타령’, ‘박지원 타령’ 등으로 프레임 씌우기를 시도하려는 것을 충분히 예상했다”며 “이를 방지하기 위해 모든 자료를 가장 먼저 수사기관에 제출했다. 또 추가로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조 부위원장과 박 원장은 지난달 11일 서울 도심의 한 호텔에서 식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조 전 부위원장은 당시 페이스북에 사진을 올리며 “역사와 대화하는 순간들”이라고 적었다. 박 원장도 전날 <연합뉴스>에 “식사를 함께했던 건 맞지만 이번 고발 사주 의혹과 관련한 이야기는 전혀 나누지 않았다”며 “전화도 하고 종종 만나기도 하는 사이다. 그런 차원에서의 만남”이라고 설명했다.
조 전 부위원장은 2014년 더불어민주당 전신인 새정치민주연합에 입당해 여러 정당을 거쳐 범야권으로 옮겨간 청년 정치인이다. 새정치연합 입당과 함께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 캠프에 합류하면서 정치권에 발을 들였고 2016년 더불어민주당이 창당할 때 당시 당 주류인 친문재인 세력에 반발하며 탈당해 천정배 전 의원이 창당한 국민회의에 합류했다. 통합 형식으로 안철수 대표가 이끄는 국민의당에 들어갔고 천 전 의원의 추천으로 비대위원이 됐다. 이때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이 박 원장이었다.
2018년에는 안철수 대표와 결별한 박 원장 등과 함께 국민의당을 탈당해 민주평화당 창당에 합류했다. 민주평화당 부대변인을 맡았던 그는 2018년 4월30일 페이스북에, 판문점에서 열린 4·27 남북정상회담 만찬에 당시 야당 대표였던 박 원장이 초청된 점을 거론하며 “박지원 대표님 역시 이번의 순간으로 어느 당 소속 국회의원 1인이 아닌 정당을 초월하는 역사의 상징이 되셨다”고 적었다. 이어 “누군가 늘 묻는다. ‘왜 박지원 대표 곁에 따라다니는 거냐’고”라며 “역사를 가까이서 바라보고 경험하기에는 박 대표 곁이 VIP석”이라고 적었다.
범여권에 머물던 조 전 부위원장은 지난해 1월 ‘브랜드뉴파티’ 창당을 추진하고 범보수 세력 통합 과정에 참여하면서 미래통합당에 입당했고, 총선에서 선대위 부위원장을 맡았다. 하지만 브랜드뉴파티는 창당에 필요한 5천명을 채우기 위해 발기인 명의를 도용했다는 사실이 드러나 창당이 무산됐고 정치권을 떠나 브랜드 컨설팅 회사를 창업해 운영 중이었다.
국민의힘과 윤석열 캠프는 두 사람의 회동을 근거로 이번 폭로에 국정원이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윤석열 캠프는 이번 사건을 ‘박지원 게이트’로 명명하며, 오는 13일 박 원장을 국정원법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캠프 총괄실장인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국회 기자회견에서 “이번 사건은 박지원 원장과 그의 ‘정치적 수양딸’인 조성은씨가 대한민국의 대통령선거에서 유력 야당 주자를 제거하고자 꾸민 정치공작 사건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장나래 기자
wing@hani.co.kr